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제4인터넷전문은행(제4인뱅) 예비인가가 4개 컨소시엄 '전원 불허'로 결론났다. 금융당국은 대주주 자본력과 자본조달의 안정성, 사업 실현가능성 등을 탈락 이유로 들었다. 정권 출범 뒤 첫 대형 허가 이슈가 좌초된 가운데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 '상생금융' 기조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장기연체 채무조정 프로그램(일명 배드뱅크)은 이달 말 출범이 유력하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소호은행·소소뱅크·포도뱅크·AMZ뱅크 등 4개 컨소시엄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모두 불허했다. 외부평가위원회는 "은행업 예비인가를 받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금감원 심사 결과도 같은 취지였다.
핵심 사유는 대주주 자본력의 부족과 추가 출자 가능성 불확실, 사업계획의 실현가능성 미흡 등이다. 당국은 "새 정부 출범과 무관한 심사"라고 설명했다. 향후 신규 인가 재추진 여부는 '시장·정책 환경을 보며 검토'로 여지를 남겼다. 이로써 인터넷은행 추가 허가는 한동안 숨 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번 '전원 불허'는 인터넷은행 생태계에도 과제를 남겼다. 신용공급 측면에선 중저신용·소상공인 특화 모델의 지속가능한 자본 확충 설계, 지배구조·대주주 투명성 강화, 데이터·플랫폼 융합 기반의 리스크관리 체계가 재정비 포인트로 꼽힌다.
정책의 무게중심은 '상생금융'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13일 임명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5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첫 상견례를 갖고 생산적 금융, 소상공인 지원, 소비자보호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업계와 모험자본 위험가중치 조정 등 조율 속에 단기 체감형 민생 패키지로 '배드뱅크'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정부와 금융권이 추진 중인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해 탕감·조정하는 구조로, 수혜대상은 약 113만4000명으로 추산된다. 장기 연체채권 16조4000억원이 소각 또는 채무 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캠코가 실무를 맡고, 협약 체결 후 매입이 개시되면 해당 채권의 추심은 즉시 중단된다.
업권 분담금과 매입가율(가격) 이견으로 속도가 더뎠으나 최근 대부업계까지 큰 틀에서 참여로 선회하며 이달 말 협약식과 함께 출범할 계획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오는 29일께 은행연합회,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대부협회 등 금융 협회와 연체채권 매입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대신 대부업계는 배드뱅크 설립에 필요한 재원 8000억원 중 금융권에서 조달하기로 한 4000억원에 대한 분담금을 내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이에 금융권에선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를 놓고 장기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90% 가까이를 은행이 부담하고 나머지 500억원을 보험,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 상호금융이 분담하는 방식이 제시됐으나 협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매입 대상인 '5000만원 이하 7년 이상 연체채권'이 대부업체와 카드사에 집중돼 있어서다.
실질적인 채권 매입 과정에서의 원만한 합의가 또다른 과제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매입가율은 0.92%에서 13.46% 사이, 평균 약 5% 수준이다. 정부는 대부업계의 손실 등을 감안해 일정 수준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부업권은 일반적으로 액면가의 20~30% 수준에서 부실 채권을 매입한다. 이들은 일괄적으로 5% 적용 시 2조원의 채권을 1000억원 안팎에 팔아야해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유한 채권을 제외하면 업권별 배드뱅크 대상 연체채권 규모는 대부업체가 2조236억원으로 가장 많다. 카드사 1조6842억원, 은행 1조864억원, 보험 7648억원, 상호금융권 5400억원, 저축은행 4654억원, 캐피탈 2764억원 순이다.
이에 가장 많은 부실채권을 보유한 대부업계에서 손해를 눈앞에 두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추심과 소송 비용을 줄이고 대손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효과가 크다"며 "그 계산법을 업권이 납득하게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업권 입장에선 평균 5% 안팎 매입가율이면 사실상 손실을 먼저 확정하는 셈이라 적극 참여 유인은 약하다"며 "분담과 가격의 균형점이 안 보이면 속도도 더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