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이어 삼성중공업도 역할을 맡으면서 삼성그룹의 효자로 부상하고 있다. 조선업 호황과 미국의 조선업 쇠퇴가 맞물리면서 입지가 넓어지는 가운데 그룹 내에 불고 있는 성과급 투명화 목소리에도 합류한 모양새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최근 '성과급 제도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 위한 실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협의회 측에서는 부위원장이 TF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비거 마린 그룹과 '유지·보수·정비(MRO) 등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했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당시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에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다.
비건 마린 그룹은 미국 군함 유지 보수·현대화, 특수임무용 선박 MRO 전문 조선사다. 미국 4개 주에 해군 인증 도크와 가공공장·수리 서비스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미 해군 MRO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이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이어 삼성중공업도 마스가 프로젝트 대열에 합류했다고 평가한다. HD현대는 서버러스 캐피탈과 공동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한화는 한화필리십야드(구 필리조선소) 투자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어려웠던 시기 주주인 삼성전자가 삼성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그룹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조선업 호황기 속 호실적을 거두고, 한미 조선산업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삼성중공업의 그룹 내 입지가 확대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성과급 제도 관련 노사 공동 TF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전년도 경영 실적을 기준으로 초과이익 20% 한도 내 연봉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방식이다.
삼성그룹은 OPI를 산정할 시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제외한 계산식 EVA(경제적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한다. 삼성그룹 계열사 노동조합들은 회사가 구체적인 EVA 수치를 공개하지 않아 투명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화재,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5개 사업장 노조가 연합한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초기업노조)은 지난 2일 '낡은 성과급 제도와 변함없는 회사'라는 제목의 공문을 사측에 보냈다.
초기업노조는 성과급 개선 TF를 운영해 여러 차례 회의를 벌였지만 발표나 성과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초기업노조 관계자는 "조합원 수가 최근 급격하게 늘었다"라며 "성과급 투명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노사가 TF를 가동하더라도 쉽게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초기업노조 움직임에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TF 구성을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노사 합의안에 TF 구성이 포함됐다. 협의를 통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