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 아이들에 도착한 미술관…태백서 '비엔날레 날땅'
  • 황준익 기자
  • 입력: 2025.09.17 15:10 / 수정: 2025.09.17 15:10
오는 30일까지 태백 장성마을 일대서 개최
신예선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감시를 위해 쓰인 태백경찰서 망루를 빨간 내복을 상징하는 모직 내피로 덮어 이 공간에서 따듯하고 포근함이 느껴지게 했다. /탄탄마을협동조합
신예선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감시를 위해 쓰인 태백경찰서 망루를 빨간 내복을 상징하는 모직 내피로 덮어 이 공간에서 따듯하고 포근함이 느껴지게 했다. /탄탄마을협동조합

[더팩트|황준익 기자] 진폐증을 앓던 탄광마을 주민들이 잠시 바람 쐬러 앉던 태백병원 앞 등나무 벤치에 무명실을 이용한 거대한 미술 작품이 설치됐다. 태백 깊은 골짜기까지 침투한 분단의 흔적인 망루는 빨간 내복을 입고 치유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탄탄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하는 '제2회 비엔날레 날땅:뜻밖에 등장하는 윤곽들'이 오는 30일까지 대표적인 폐광 마을 태백시 장성마을 일대에서 열린다.

장성마을은 한 때 6000명이 넘는 광부가 수백 톤의 석탄을 캐내던 장성광업소가 있던 곳이다. 광산 폐쇄로 문화 소외가 깊어진 장성마을에서 2023년 첫 선을 보인 '비엔날레 날땅'은 지역 아이들에게 현대미술을 만날 기회를 열어줬다.

작가들은 장성마을의 서사를 작업에 담았고 장성마을 주민들과 아이들도 작품에 참여했다.

이진아 미술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는 장성마을과 열심히 사귀어 온 작가들이 폐광 마을 아이들과 주민에게 열어 보여주는 '나니아 연대기'의 옷장과도 같은 것"이라며 "마을 분들이 늘 반복해서 보던 일상의 공간들을 새로운 세계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비엔날레 날땅에는 정희우, 황재순, 신예선, 배주현, 전지, 이다슬 6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신예선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감시를 위해 쓰인 태백경찰서 망루를 빨간 내복을 상징하는 모직 내피로 덮어 이 공간에서 따듯하고 포근함이 느껴지게 했다. 배주현 작가는 한 광부가 70년 넘게 생활한 고택에서 무명실과 도자기를 이용한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전지 작가는 장성마을 지역 청소년의 스토리를 담은 만화 작업을, 황재순 작가는 광산지역 목욕탕 '태양사우나'를 기억과 회귀의 장소로 되살렸다. 장성광업소의 광부 아파트인 화광아파트를 기억하는 특별 사진전도 열린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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