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건설기계 계열사 합병 잰걸음…통합법인 조직 변화 '주목'
  • 최의종 기자
  • 입력: 2025.09.17 10:45 / 수정: 2025.09.17 10:45
HD현대인프라코어 노조 "엔진 사업 분할·매각 우려"
사측 "합병으로 엔진 사업 더 성장시킬 기대감 있다"
HD현대가 건설기계 부문 계열사 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1월 통합법인 HD건설기계가 출범할 예정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 K2 전차 엔진(DV27K).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가 건설기계 부문 계열사 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1월 통합법인 HD건설기계가 출범할 예정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 K2 전차 엔진(DV27K). /HD현대인프라코어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HD현대가 건설기계 부문 계열사 합병에 잰걸음을 걷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가 HD현대인프라코어를 흡수해 내년 1월 새롭게 탄생할 HD건설기계 조직 구성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일부 사업 분할 또는 매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전날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계약 체결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HD현대건설기계가 HD현대인프라코어를 흡수합병해 내년 1월 HD건설기계로 출범할 예정이다.

HD현대 건설기계 부문 관계자는 "합병 안건 찬성으로 합병법인에 신뢰와 기대를 보여준 주주에게 감사드린다"라며 "국가대표 건설기계 기업으로서 대한민국 산업 발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통합법인 조직 구성에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HD현대인프라코어 엔진 사업 부문 물적분할 또는 매각 우려가 나온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HD현대건설기계와 달리 엔진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엔진 사업은 엔진과 발전기 등 상품과 제품을 판매하는 분야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올해 2분기 건설기계 사업에서 매출 85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 상승한 수치다. 엔진 사업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2% 상승한 3271억원을 기록했다. 방산용 엔진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발전용·친환경 선박용 엔진이 매출 증가에 영향을 줬다.

HD현대 조선 부문에서 임금 협상과 관련한 노사 갈등이 이어진 영향으로 건설기계 부문 노사 관계도 녹록지 않은 상태다. 조선 부문 노사 관계에서 물꼬가 트이면, 건설기계 부문도 합병을 포함한 현안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HD현대 차원에서 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 절차를 밟는 것에 고용 보장 확약서를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경기 성남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HD현대건설기계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장인 최철곤 사장이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지난 16일 경기 성남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HD현대건설기계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장인 최철곤 사장이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인프라코어 노동조합도 사측과 본격적인 대화 테이블에 앉으면,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에 고용 보장 확약서 요구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HD현대인프라코어 노조는 고용 보장 확약서뿐 아니라 사업부 분할과 관련해 사측 입장을 받을 계획이다.

HD현대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합병법인 HD건설기계가 주력 사업인 건설장비뿐 아니라 엔진과 AM(사후 관리) 등 사업 전 영역에서 고른 성장을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2030년 매출 14조8000억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하지만 HD현대인프라코어 노조는 HD현대건설기계도 영위하는 건설기계 사업 부문 결합을 점치면서도 HD현대인프라코어만 영위하던 엔진 사업 부문을 분할하거나 매각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경우 엔진 사업 부문에서 일하던 노동자 고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통합법인이 엔진 사업 분할이나 매각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본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해 12월 군산 사업장 내 약 6만2700㎡ 부지에 1168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7년 말까지 방산·초대형 발전용 엔진 생산공장과 배터리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가 HD현대에 편입된 뒤 최대 규모 투자다. 글로벌 방산 공급망 재편 속 엔진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상황에서, K2 전차용 방산 엔진을 비롯해 초대형 발전기용 엔진, 상용차·산업용 배터리팩 양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HD현대그룹 차원에서 사업재편이 연이어 있었던 점은 엔진 사업 분할 또는 매각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2020년 HD현대에서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선박 유지·보수 사업을 영위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21년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HD현대인프라코어 노조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협의에 들어가면 고용 확약서와 사업부 분할과 관련해 논의를 벌일 것"이라며 "그룹사 임금 교섭 진행 정도에 따라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HD현대는 물적분할 또는 매각 가능성을 일축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관계자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으로 엔진 사업을 더 성장시킬 기대감도 있다. 사업 자체가 갖는 미래 가치나 발전 가능성을 둔 합병"이라고 강조했다.

bell@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