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장 속 자동차株만 역주행…"관세·노조 리스크 겹쳤다"
  • 박지웅 기자
  • 입력: 2025.09.16 13:01 / 수정: 2025.09.16 13:01
美, 일본車 관세 15%로 인하…한국 車 25%
노란봉투법 통과, 완성차 노사 리스크 가중
완성차 대신 타이어·부품株에 기회
국내 증시 호황과 다르게 자동차 관련주는 하향세다. /뉴시스
국내 증시 호황과 다르게 자동차 관련주는 하향세다. /뉴시스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국내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자동차 관련주는 소외된 모습이다.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관세가 15%로 인하되면서 한국 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 데다, 내년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 등 노조 리스크까지 겹치며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50%(16.91포인트) 오른 3424.22로 출발한 뒤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오전 장중에는 3451.61까지 치솟았다. 이는 11거래일 연속 상승이자 5거래일 연속 최고점 행진이다.

그러나 자동차주는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아는 이달 들어 4.51% 하락했고, 현대차(-2.50%), 현대모비스(-3.7%), 현대위아(-1.6%) 등도 줄줄이 밀렸다. 코스피가 같은 기간 8% 넘게 상승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자동차주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관세 역전'이다. 한미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관세가 기존 27.5%에서 15%로 낮아진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일본 차 대비 2.5%포인트 낮은 무관세 혜택을 누려왔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 차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반이 됐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한국산 자동차는 오히려 일본산보다 10%포인트 높은 관세를 부담하게 됐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만약 미국이 이달 말까지 관세 인하에 나서지 않으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3분기 내내 25% 관세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현대차·기아의 3분기 관세 부담액은 2조원 이상, 연간으로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으로 현대차·기아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1조6000억원 감소했다. 2분기는 미국 내 재고 물량을 활용해 충격을 완화했지만, 3분기에는 재고가 소진된 상태라 이익 감소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올 3분기 미국의 25% 관세를 고스란히 회사 차원에서 부담하면 그만큼 수익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사상 최대 판매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는 관세 부과에 따른 자동차 가격 인상 전에 수요가 몰리는 일시적 현상이다"고 말했다.

연내 관세 인하 역시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자동차 관세 인하는) 7월 22일 합의로부터 발효까지 56일 소요됐다"며 "당장 9월 말에 (한미 간) 협정이 원만히 체결돼도 연내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인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해 이달 9일 공포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은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뉴시스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해 이달 9일 공포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은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뉴시스

노조 리스크 역시 자동차 업종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해 이달 9일 공포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은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사용자의 책임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곧 완성차 업체가 하청·협력사 노사 갈등까지 직접 부담해야 하는 구조로 이어진다.

이미 국내 완성차 업계는 매년 반복되는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생산 차질을 겪어 왔다. 실제 현대차·기아의 경우 노조 파업으로 수천억원대 손실을 본 전례가 있으며,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고착화된 만큼 갈등이 발생하면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이번 법안 시행으로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거나 대규모 파업으로 번질 경우, 기업 수익성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 신뢰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노란봉투법 시행은 기업 활동 위축과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미 한국의 노사관계 협력지수가 141개국 중 130위에 불과한 상황에서, 추가 갈등을 유발하는 법안은 글로벌 투자자의 시각에서 한국 증시 매력을 크게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관세 갈등이 장기화되면 완성차보다 타이어·부품·정비 등 가격 탄력성이 낮은 업종에서 성장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관세 시대는 자동차 밸류체인 전방에 위협과 기회를 동시에 던진다"며 "완성차와 1차 협력사는 현지화율 제고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하지만, 정비·타이어·부품 유통처럼 가격 변동에 덜 민감한 영역은 오히려 안정적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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