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한림 기자] SK증권이 자회사 트리니티자산운용을 수협은행에 넘긴 가운데, 트리니티자산운용이 보유하던 마이데이터 전문업체 뱅크샐러드의 일부 지분은 매각하지 않으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뱅크샐러드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증권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트리니티자산운용 지분 전량(42만350주) 처분을 결의했다. 처분 예정일은 29일이며 처분 규모는 169억원, 처분된 지분은 향후 주식매매계약(SPA)을 통해 수협은행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SK증권과 수협은행은 앞서 트리니티자산운용 매각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 지난 2019년 트리니티자산운용을 인수하면서 자회사로 편입한 후 5년 만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지분 전량 매각을 통해 경영권도 넘기는 형태다.
그러나 이 협의에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사실상 트리니티자산운용의 모든 것을 가져가는 수협은행이 SK증권과 트리니티자산운용이 함께 보유하던 뱅크샐러드 지분을 가져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뱅크샐러드는 지난 2022년 SK증권의 프라이빗에쿼티(PE) 업무를 담당하는 SKS PE가 약 1000억원을 들여 투자 유치에 참여했다. 당시 SK증권 자회사로 있던 트리니티자산운용도 이 출자에 참여했으며 뱅크샐러드 지분 약 3%를 보유해 왔다. 트리니티자산운용이 보유한 뱅크샐러드 지분은 이번 매각에 따라 SK증권이 모두 가져가는 형태가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수협은행이 뱅크샐러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지분을 떠안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SK증권의 뱅크샐러드 투자가 엑시트 전에 손실로 이어진다면 트리니티자산운용이 가진 3%대 지분도 잠재적 손실로 잡혀 막 인수한 회사의 수익성에 문제가 될 수 있어서다.

반면 SK증권은 사실과 다르다는 태도다. 오히려 수협은행과 트리니티자산운용 매각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때 뱅크샐러드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앞장서서 뱅크샐러드 지분은 가져가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SK증권 관계자는 "뱅크샐러드 지분은 수협은행과 트리니티자산운용 매각 논의할 때 저희가 먼저 가지고 오겠다고 제안했다"며 "뱅크샐러드가 2분기 흑자도 났고,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게 낫다고 전략적으로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뱅크샐러드 지분 변동이 향후 IPO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증권이 트리니티자산운용이 보유하던 지분까지 떠안았기 때문에 의사 결정에 있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에서다.
아울러 뱅크샐러드의 실적이 개선세를 띄고 있는 것도 IPO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뱅크샐러드는 올해 2분기 1억2000만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첫 분기 흑자를 따냈다. 뱅크샐러드는 지난 1월 미래에셋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 코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 중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배구조가 단순해지면 IPO 추진 측면에서도 유리한 구조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