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해외 의약품 제조소에 대한 불시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불시 검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미국 수출 비중이 큰 기업들의 경우 예고 없는 실사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 나온다.
16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마틴 마카리 FDA 국장은 최근 미국 메릴랜드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컨퍼런스에서 "그동안 외국 제조소가 미국 내 시설과 달리 사전 통보를 받고 검사를 받았는데 이는 농담(joke)과 같은 일"이라며 "앞으로 해외 제조소도 동일하게 예고 없는 기습 검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FDA는 매년 90여 개국에서 약 3000건의 해외 실사를 진행해왔으나, 최소 3주 전 사전 통보를 통해 기업들이 대응할 시간을 줬다. 그러나 이번 정책 변화에 따라 해외 제조소도 미국 내 시설처럼 불시에 점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FDA 내부에서도 그동안 해외 기업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검사를 받아 검사 무결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번 방침은 지난 5월 미국 행정부가 핵심 의약품의 자국 내 생산을 촉진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뒤 이어진 조치다. FDA는 이미 인도와 중국에서 '해외 불시 점검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 중이다.
업계에선 당장 FDA가 한국 내 제조시설을 불시에 점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도 "특정 국가를 염두에 뒀다면 중국 등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대미 수출 비중이 큰 기업이라면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항시 대비하겠다'는 분위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당사는 품질 관리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FDA를 포함한 글로벌 규제기관의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며 "강력한 품질 및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기반으로 상시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비정기적인 실사가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운 조치는 아니다"라면서도 "FDA 해외 실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만큼 미국 상황을 주시하며 대비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FDA에서 당장 해외 실사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이번 조치가 어디까지 어떻게 될지 긴장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