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대책을 낼 수밖에 없다"고 밝히며 부동산 안정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의 주택가격 파급을 경계하며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바 있다. 정부의 연쇄 대책과 한은의 속도조절이 맞물리며 10월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에 관심이 모인다.
16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 "투기·불안 심리를 누그러뜨릴 때까지 필요한 조치를 반복한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투기 억제를 위해 대책을 반복적으로 낼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단기·중장기 대책의 연쇄적 추진을 시사했다.
이 발언에 앞서 정부는 수요·공급 투트랙을 이미 가동했다. 6월 27일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는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한도 6억 원 상한, 생애최초 LTV 80%→70%, 6개월 내 전입 의무, 전세대출 보증비율 90%→80% 등 레버리지 억제 장치를 일괄 도입했다. 지난 7일에는 2026~2030년 수도권 135만호(연 27만호) 신규 착공을 핵심으로 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공공택지의 LH 직접 시행 전환으로 공급 속도와 확실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통화정책은 신중모드를 보이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유지했다. 결정문에선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추이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최근 두 차례 인하의 파급경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주택·신용지표의 변동성을 의식해 '완화 기조 속 일시 정지'에 무게를 둔 셈이다.
한은의 동결은 '성장 보완'과 '금융안정' 사이 균형을 택한 결과로 해석된다. 현 2.50%는 올해 5월 인하 이후 유지된 수준으로, 물가가 2% 내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내수는 완만한 개선세를 보였으나 부동산과 가계부채는 여전히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0bp 인하의 성장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주택가격에는 뚜렷한 상승 압력을 줬다. 특히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분의 약 26%는 금리 인하 영향으로 추정됐다. 완화 기조를 서두를 경우 부동산·가계부채 재과열로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은행이 10일 공개한 '2025년 8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4조7000억원 증가해 전월 2조3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대출항목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5조1000억원 증가해 전월 4조2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커졌고, 은행권과 2금융권 모두 주담대가 증가했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5~6월 중 주택 거래가 많이 늘어난 영향은 주택 거래가 가계대출로 연결되는 2~4개월의 시차를 고려하면 10월 정도까지 미칠 것"이라며 "앞으로의 주택 시장 상황은 오는 4분기 혹은 연말에 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관심은 10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쏠려있다. 정부가 9월 이후 추가 대책을 잇달아 내놓을 경우 대출 수요·가격 기대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성을 키운다. 한은은 인하 기조 자체를 접진 않았지만, 정책 파급효과를 확인하려면 '한두 번 더 데이터'를 보자는 명분이 생긴다.
대외로는 오는 16~17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기준금리 결정, 환율·자본유출 변수, 대내로는 6·27·9·7 대책의 작동 여부가 판단의 잣대가 될 전망이다.
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연구실이 지난 6월 발간한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는 주택가격 기대심리가 상승하면 실제 주택가격·가계부채·산업생산 등 주요 지표가 7~8개월 뒤 정점에 도달하며, 특히 금리 인하 시 기대심리 상승 효과가 강화된다고 분석했다.
또 보고서는 기대심리가 과열 국면에 진입하면 현실 주택가격 상승뿐 아니라 금융불균형의 누적 우려가 크기 때문에, 금리 인하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정책(대출규제, DSR 강화)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부동산 대책의 실제 효과·주택·신용지표가 진정될 경우 '후행적 소폭 인하'로 복귀하는 시나리오가 동시에 거론된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둔화세를 보이고 물가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월가에선 이달 연준의 0.5%포인트 인하인 '빅컷'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한미 금리차(기준금리 상단 기준)는 2.00%포인트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연준이 금리를 내린다면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와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도 줄어들 수 있다.
한은에선 건설경기 부진 등으로 연간 0%대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리인하 기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2.0%, 1.9%로 제시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8일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성장률이 1.6%라는 전제 하에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인하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조건부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선 금통위원 5명이 "3개월 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한다"는 의견을 냈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을 지금 수준으로 묶을 수 있다면 한국은행은 10월에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며 "예상과 달리 수도권 주택가격 안정화에 실패해 추석 이후로도 상승폭을 키워간다면 금리인하 시점이 11월이나 그 뒤로 미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은은 9·7 주택공급 대책의 효과 등을 점검하면서 추가 금리 인하 시기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은이 11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이수형 금통위원은 "향후 추가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을 결정하는 데 있어 성장 흐름과 함께 주택시장·가계부채 상황의 안정 여부가 중요한 고려 요인"이라며 "성장세는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잠재 수준보다 낮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성장의 하방 압력 완화를 위해 추가 대응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