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인하한다. 한미 관세 협상 후속 이행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국내 완성차 업체 현지 경쟁력에는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디테일까지 챙긴다는 입장이다.
미국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연방관보를 통해 16일 오전 0시 1분(현지시간)부터 일본산 자동차 관세가 27.5%에서 15%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과 일본은 지난 7월 무역 합의를 이뤄냈다.
앞서 미국에서 일본산 자동차 업체는 2.5% 관세를 적용받았다. 이후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고, 일본산 자동차는 27.5% 관세를 부과받았다.
미국 정부는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15%(기존 2.5% 포함)로 조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60조원) 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80억달러 규모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다. 미국산 쌀 수입량을 75% 늘리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7월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합의를 이뤘으나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지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7월 미국과 합의를 통해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한국이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과 미국은 후속 조치를 위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면담한 뒤 지난 14일 입국했다. 김 장관은 협의 진전 여부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장관급 회담에 협의 결과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디테일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후속 조치가 지체되면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업체 시장 경쟁력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관세 부과 전에는 한미 FTA로 국내 완성차 업체가 일본보다 2.5%포인트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생산 현지화 전략으로 급한 불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지난 7월 2분기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시나리오별로 완성차 현지 생산 확대를 면밀히 검토해 탄력적으로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 전무도 같은 달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 중 일부는 캐나다·멕시코·아중동으로 수출됐지만, 관세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전적으로 미국에 먼저 공급하겠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공급하는 물량도 일정 부분 조정하겠다"라고 했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미국 정부가 불법 체류 단속을 벌여 노동자를 구금했다가 석방한 사태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 본부장은 "미국 측도 약간 과했다고 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라고 밝힌 상태다.
구금 사태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등 내부 정치와 맞물렸다는 평가가 나온 상황에서, 산업계는 한국 정부 묘수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환경차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것과 구금 사태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배터리업계로서는 악재다.
한국은 관세 협상 후속 조치와 관련해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화폐를 바꾸는 것으로 정해진 환율로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올 수 있다. 외환 보유고를 고려한 행보라는 평가가 있다.
다만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닌 점 등에서 통화 스와프를 미국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5일 "외환 시장에 대한 영향도 고려할 수밖에 없기에 충분히 고려해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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