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중삼 기자] 자연재해는 집값을 흔드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모든 지역이 같은 충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 포항 지진으로 일부 지역은 3년간 아파트값이 하락했지만, 강남권은 홍수에도 가격 변동이 거의 없었다. 서울 핵심지는 입지·프리미엄·회복탄력성 등 복합적 요인으로 수요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지진재해가 지역 주택경기에 미치는 영향-포항지진 재해를 대상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자연재해는 건물과 사회기반시설에 직접 피해를 주는 동시에 집값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2017년 포항 지진이 북구와 남구 집값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지진 전에는 북구의 평균 주택 실거래가가 남구보다 높았다. 그러나 이후에는 북구의 실거래가 하락폭이 남구보다 더 컸다.
특히 정부가 '포항 지진은 인재에 의한 촉발 지진'이라고 발표한 직후, 북구의 가격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이 흐름은 3년간 이어졌다. 해외 사례에서 재해 발생 후 집값이 한 달 내외로 회복되는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긴 기간이다.
보고서는 "북구의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남구보다 다시 높아지는 시점을 기준으로 지역 주택경기가 회복한다고 가정하면, 지진 발생 후 약 3년간 그 피해가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고서 '자연재해가 주택가격 불균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자연재해 피해가 큰 지역일수록 아파트 매매가격이 낮았다. 동시에 가격 편차와 불균등성은 더 크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자연재해는 단순한 일시적 피해를 넘어, 주택시장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발생 지역에서는 단기적으로 집값이 하락했고, 피해 규모와 지역적 특성에 따라 회복 속도가 달랐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격 변동성과 불균등성 지표도 재해가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 높았다"며 "결론적으로 자연재해는 집값 하락을 초래하고, 지역 내 주택시장 구조의 불균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 자연재해에도 강남 집값은 '불패'
이처럼 자연재해가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 있는 반면, 서울 핵심지인 강남권은 예외였다. 강남권에서도 홍수 등 자연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2022년 8월 강남역 침수 사태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강남 상습 침수 원인으로 지대가 낮고 오목한 '항아리형' 지형, 강남대로 하수관로 설치 오류, 반포천 상류부 통수 능력 부족 등을 꼽았다.
그러나 서울 집값은 자연재해에 좌우되지 않았다. 강남권은 토지 희소성과 최상급 학군, 교통·편의시설 등으로 높은 입지 프리미엄을 갖추고 있다. 집값은 주로 정부 정책과 시장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2022년 8월 말 기준 서울 주간 매매지수는 100.4로 전주 대비 0.07% 하락했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0.03% 떨어지는 데 그쳤다. 9월 말 기준으로도 서울 전체는 0.18% 하락했지만, 강남구는 0.13% 감소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강남권과 같은 핵심 입지는 재해가 발생해도 수요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며 "토지 희소성과 학군, 교통·편의시설 등 입지 프리미엄이 높아 재해 리스크에도 가격 안정성이 유지되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