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드라이브에 산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가 탄소배출권 사전할당량을 감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특히 에너지 다(多)소비 업종인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탄배출권 비용이 늘고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2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제4차 계획기간의 탄소배출권 사전할당량을 제3차 계획기간 대비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발전 부문은 33%, 발전 외 부문은 14.9% 감축하고,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을 현재 10%에서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상할당은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량 중 배출권을 구입하는 제도다. 4차 계획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의 10%만 배출권을 구입하면 됐던 발전 부문 기업들은 절반에 달하는 물량을 사들여야 한다.
환경부는 시장안정화 예비분을 제3차 계획기간의 1400만톤에서 약 8배 많은 1억1300만톤으로 설정하고, 산업 부분을 포함한 발전 외 부문의 할당량에만 편중해 예비분을 차감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전과 달리 시장안정화 조치 용도 예비분도 배출 허용 총량에 포함하도록 해 기업이 받는 할당량은 줄었다.
제4차 계획기간의 허용총량을 2030 NDC 감축경로보다 강화된 '선형 감축경로'로 설정한 것도 반발을 부르고 있다. 선형 감축경로는 말 그대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매년 같은 비율과 같은 양'으로 줄여 나가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초반에 감축량이 적고 후반으로 갈수록 늘리는 비선형 방식을 적용했지만, 당장 내년부터는 매년 동일한 수준의 감축 의무가 주어진다.
업계에서는 기업이 받는 할당량이 줄고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이 늘어나면 전기요금과 배출권 비용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한 탓에 기업들의 생산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탄소중립 비용까지 짊어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2030 NDC 수립 당시 산업 부문은 감축 목표를 11.4%로 설정하는 것으로 합의를 이뤘는데, 환경부가 이를 하루아침에 뒤집고 30%에 가까운 감축 목표를 요구하고 있다"며 "현실적인 여건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배출권거래제만 강화하는 것은 결국 실질적인 감축 없이 기업들에게 배출권 비용만 부담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안정화 예비분을 어떻게 운영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 않은 채 예비분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그 물량을 산업 부문의 할당량에서만 차감하는 것은 산업 부문의 할당량을 줄이기 위한 환경부의 꼼수"라고 꼬집었다.
이미 업황 부진으로 벼랑끝까지 내몰린 정유·석화 업계는 에너지 다(多)소비 업종이라는 특성상 배출권 비용과 전기요금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증가와 수출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에너지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배출권거래제의 전기요금 인상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발전 부문의 유상 할당 비중이 50%로 확대되고, 배출권 가격이 3만원에 달할 경우 산업용 전기요금은 연간 2조5000억원까지 인상될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상의가 지난 2월 전국 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기요금 부담으로 기업들은 국내투자 조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응답 기업의 53%가 전기요금 인상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경영전략이나 투자 계획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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