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외식업계에서 가격은 그대로 두고 내용물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의 물가 관리 속에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쉽지 않자 양을 줄이는 사실상 '꼼수 인상'에 나선 것이다.
먹거리 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식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울 수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가 운영하는 '교촌치킨'은 최근 순살치킨의 메뉴 중량을 30% 가까이 줄여 논란이 됐다.
교촌치킨은 순살치킨 메뉴의 조리 전 중량을 기존 700g에서 500g으로 줄이고 원재료도 닭 다리 살 100%에서 닭가슴살 혼합으로 변경했다. 닭다리살은 육즙이 많고 부드러워 소비자가 선호하는 부위인 반면 닭가슴살은 닭다리살 대비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부위라 사실상 가격 인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 목우촌의 치킨 프랜차이즈 '또래오래'도 지난달부터 치킨용 닭고기 호수를 11호에서 10호로 변경하면서 치킨 중량이 100g 줄었다. 또래오래 측은 이와 관련 "닭고기 시세와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 부득이하게 닭고기를 변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치킨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업계에서는 먹거리 전반에 슈링크플레이션이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용량이나 크기를 줄여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것으로, 눈 앞의 가격표는 변하지 않았지만 소비자가 실제로 받는 가치는 줄어드는 것과 같다.
슈링크플레이션을 우려한 정부는 올해 초부터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에 대해 안내 없이 용량을 줄일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규제를 강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내용량이 이전 대비 감소한 식품은 내용량을 변경한 날부터 3개월 이상 동안 제품 내용량과 내용량 변경사실을 함께 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용량 100g인 제품 용량이 80g으로 줄어든 경우 포장지에 '내용량 변경제품 100g → 80g'이나 '20% 감소' 문구를 넣거나 '내용량 80g(이전 내용량 100g)'을 넣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1차 위반시 시정명령, 2차 위반시에는 품목제조정지 15일, 3차 위반시에는 품목제조정지 1개월 행정 처분을 받는다.
다만 외식업계는 이같은 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정부의 물가 관리에 묶여 직접적인 가격 인상이 부담스러운 치킨 프랜차이즈 등 업체들이 사실상 우회 인상 전략으로 슈링크플레이션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나 소비자들의 먹거리 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치킨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비판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45로 전년 동월 대비 1.7% 상승한 반면 먹거리 가격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8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4.8%로 지난해 7월(5.5%)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축산물(3.5%→7.1%)과 수산물(7.3%→7.5%)의 상승폭도 전월 대비 확대됐다. 올해 여름 폭염과 집중호우 등 영향으로 농산물(-0.1%→2.7%) 가격도 플러스로 전환했다.
또한 가공식품(4.2%)과 외식(3.1%)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물가 관리와 식품·외식업체들의 생존 전략 사이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더 확산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원재료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도 무시할 수는 없다"며 "다만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무시한 사실상의 가격 인상은 결국 소비자 이탈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