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코스피의 오름세가 거침이 없다. 정책 기대감과 미국 금리 인하 전망이 맞물리며 코스피는 나흘 연속 장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요새는 '미장(미국증시)'보다 '국장(한국증시)'이 쏠쏠하다"는 이야기까지 잇달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5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3395.54) 대비 0.03%(0.94포인트) 오른 3396.48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0.36%(12.24포인트) 오른 3407.78에 장을 열었다. 장 초반에는 3420.23까지 솟구치며, 지난 12일 세운 사상 최고치(3395.54)를 또다시 경신했다. 4거래일 연속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셈이다. 투자자별로는 외인이 2340억원을 사들이고 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1004억원, 1338억원어치를 팔고 있다.
◆ 양도세 대주주 기준 50억 확정…"세제 리스크 해소 국면"
최근 코스피 상승세의 주재료는 정책 기대감이다. 이날도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유지 공언이 장 초반 코스피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개장 전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 기자회견에서 양도세 대주주 기준 50억원 유지를 시사한 데 이어 명확하게 기준을 못 박은 것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추석 민생안정대책 당정협의'에서 "지난 7월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과세 정상화와 자본시장 활성화 필요성 사이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함께 대주주 기준 유지가 필요하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이 확실시 되자 투자자들은 안도하는 반응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관해서는 아직 정확한 입장표명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이 앞서 기자회견에서 유연한 입장을 밝혔던 만큼, 증권가에서도 세제개편안 리스크가 어느 정도는 해소됐다고 평가하는 추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향후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시장의 변화와 이재명 정부의 주식시장 정책에 대한 믿음을 갖고 순매수를 보일 경우 밸류에이션은 추가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세제개편안 관련 리스크는 해소 국면에 진입했다"며 "세제 정책이 투자 심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침을 확인시켜주며 증권업 영업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 FOMC에 쏠린 눈…기준금리 인하 기정사실화
이제 시장은 오는 16~17일 열리는 미국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는 전망은 기정사실화됐다.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8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큰 폭으로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제부터는 주식시장이 얼마나 더 올라갈 수 있을지와 같은 랠리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면서 "9월 FOMC가 이를 가늠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라고 풀이했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FOMC에서 Fed는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낮추며 금리 인하 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금리 인하 재개에 따른 유동성 확대, 달러 약세는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박성우 DB증권 연구원은 "8월 CPI는 무난한 이벤트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면서 "무난했던 8월 소비자물가 보고서로 연준의 25bp 인하는 거의 굳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가 올해 내 3회, 내년까지 6회 이상 단행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 중"이라고 말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은 이제 시작으로, 내년까지 5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진행될 경우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줄어들게 된다"면서 "금리차 축소는 달러화 약세를 불러일으키며 'Non-US'(미국 외) 자산의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 증권가 "연말까지 상승세…차익 매물은 주의해야"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주 코스피 지수 밴드로 3200~3450선을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연말까지 추가적인 코스피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설태현 DB증권 연구원은 "과거 코스피가 전고점을 돌파한 직후 1~2개월간 점진적인 우상향이 나타난 만큼 연말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20년에는 저금리와 글로벌 자산 가격 상승 등으로 전고점 이후 25% 이상 상승했다"면서 "이번 사상 최고치 행진은 특정 종목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52주 최고가 종목이 다수 나와 상승의 폭과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다만 지수가 연일 새 기록을 쓰고 있는 만큼,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오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단행된 이후엔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호조에 '코스피 5000 정책' 기대가 상승 모멘텀으로 더해지며 코스피는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다"면서 "앞으로는 실제 성과가 요구되는 시점이고 단기적으로는 기대감이 정점을 통과하며 차익실현 매물이 우세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최근 급등 과정에서 차익 실현 욕구가 누적된 만큼 주중 추가 매수 수요와 차익 실현 수요 간 수급 공방전이 3400선 부근에서 확대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며 "반도체, 증권 등 지난주 폭등한 업종에서 통신, 자동차, 조선 등 지난주 소외된 업종으로 순환매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