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신호 켜진 건설안전①] 문진석 의원 "건설안전특별법, 업계 살리는 법"
  • 공미나 기자
  • 입력: 2025.09.15 00:00 / 수정: 2025.09.15 00:00
건안법 대표 발의자 문진석 의원 서면 인터뷰
"돈보다 중요한 건 생명…과징금 기준 논의 중"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설안전특별법에 대해 기업을 망하게 하는 법이 아니라 건설업계를 살리는 법이라고 말했다. /문진석 의원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설안전특별법에 대해 "'기업을 망하게 하는 법'이 아니라 '건설업계를 살리는 법'"이라고 말했다. /문진석 의원실

연이은 참사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은 여전히 위험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 규제 강화에도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제도는 있는데 현장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이 드러난다. 본지는 국회가 추진 중인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움직임과 업계의 민낯, 전문가들의 해법을 심층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 | 공미나 기자] "건설안전특별법은 '기업을 망하게 하는 법'이 아니라 '건설업계를 살리는 법'이라고 단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을 대표 발의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법안의 취지를 이 같이설명했다.

지난 6월 27일 발의된 건안법은 안전 관리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건설사업자 등에 영업정지 1년 또는 매출액의 3%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줄지 않자, 건설업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 체계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문 의원은 <더팩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중처법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건설현장의 구조적 특성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건설현장은 시공·하수급·설계·감리·소방·전기 등 모두 분리발주 되고 있으나 중처법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또 예방보다는 처벌에 방점이 찍혀있어 예방을 위한 조항들을 신설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건안법은 흩어진 건설 안전 규정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문 의원은 "장기적으로는 건안법에 건설산업기본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중 건설안전과 관련된 내용은 이관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건설 안전에 관해서라면 이 법만 보면 된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하나의 체계를 집대성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 중복 입법·과도한 과징금 우려에…"처벌 아닌 예방 중심"

일각에서는 제기하는 중처법과의 중복 입법 논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문 의원은 "이 법 제3조를 보면 건안법에서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산안법 조항을 준용하도록 하는 등 중복 적용을 최대한 줄였다"며 "또한 논의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최대한 듣고 가능한 부분은 수정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서는 이 법을 두고 '기업 망하라는 소리냐'며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연 매출액의 3%라는 과징금 수준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는 대형 건설사의 한 해 영업이익률과 맞먹는 수준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문 의원은 "건안법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라며 "이 법은 건설업계를 살리는 법이 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법은 건설현장에 알맞은 체계를 만들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입니다. 규제가 아닌 산업 지원법으로 봐야 합니다.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고 궁극적 목표는 건설업계의 건강한 성장을 유도해내는 것입니다."

또한 문 의원은 "이 법은 그간 방치돼왔던 발주자 책임을 명시하고, 발주자가 적정 공사기간과 비용을 산정하도록 의무화했다"며 "발주자 책임 강화야말로 건설업계가 목소리 높여 주장해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징금 기준을 '연 매출액'이 아닌 '사고 발생 현장의 공사금액'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문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다만 대통령께서 형벌보다는 경제적 제제에 많은 강조를 하고 계신 만큼 그 취지를 충분히 담아 논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안법은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때, 특히 난간 설치 등 기본적인 것을 하지 않았을 때 과징금 최대 3% 규정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람 목숨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은 사업장에 매출액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물리는 게 과도한지는 국민들과 업계가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냐며 비판한 뒤 강력한 처벌을 주문한 바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냐"며 비판한 뒤 강력한 처벌을 주문한 바 있다. /뉴시스

◆ 李 대통령도 관심 갖는 건설 안전…영국서 입증된 법안 효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현장 사망 사고와 관련해 건설사들을 강하게 질책하며 안전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런 분위기 속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건안법 제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문 의원은 "우선 이재명 대통령께서 매일 산재 예방을 강조하고 계시고, 국토부도 발맞춰 건안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곧 정부와 업계 의견을 취합한 보완입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완입법이 발의되면 조만간 관련 절차를 거쳐 법안소위에 상정이 될 예정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 당은 물론 정부와도 긴밀히 소통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제정돼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영국의 '건설업 설계 및 관리에 관한 법(CDM)'이 대표적이다. 2007년 제정된 이 법은 발주자·조정자·설계자·주도급업자·도급업자·근로자의 역할을 규정해 사업장의 위험요소를 적시에 관리하도록 한다.

문 의원은 "영국에서는 이 법으로 인해 건설업 10만명 당 사망자가 1992년 5.9명에서 10년 뒤인 2012년 1.9명으로 크게 감소하는 효과를 봤다"며 "건안법이 제정되면 건설현장에서 영국과 같이 사망자를 크게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의원은 건안법을 통해 건설현장에 안전을 더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내리릴 바랐다. /더팩트 DB
문 의원은 건안법을 통해 건설현장에 안전을 더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내리릴 바랐다. /더팩트 DB

◆ "돈보다 생명이 우선인 건설현장 만들어지길"

실제 건안법이 시행되면 법안을 둘러싼 우려가 상당 부분 불식될 것이라는 것이 문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건안법은 발주자, 시공사, 하수급, 설계, 감리자, 또 노동자 본인의 권한과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며 "중처법에서는 분리발주와 상관없이 시공사가 책임을 지는 구조이나 건안법은 각 주체가 책임을 위반해 사고가 난 경우 그 주체를 중심으로 책임을 지우게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업계가 불만을 가져온 점도 이 법의 제정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인 만큼 건설업계가 큰 우려 없이 사업에 나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건안법이 "돈보다 사람과 생명이 우선인 건설현장을 만들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대부분 사망사고가 촉박한 공기, 부족한 공사비 때문에 돈이 사람보다 우선시되는 문화로 인해 발생했다"며 "이윤을 충분히 남기면서도 안전관리에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을 것이고, 공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윽박질러 강행하기보다는 충분히 경청하고 조사하는 등 안전을 먼저 신경쓰는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안전과 관련한 내용들이 짐덩어리처럼 취급되지 않고, 매뉴얼처럼 지켜지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그런 사회를 만들려면 건안법의 통과와 더불어 업계에서 바라왔던 산안법 관리비 계상 현실화, 전자대금시스템 적용 확대, 불법하도급 근절과 부당특약 확대, 관급공사 물가연동제 등 다양한 제도가 보완돼야 합니다. 앞으로 국토위원으로서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mnm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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