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9개사 치킨게임 돌입…중국 무비자·황금 노선 쟁탈전
  • 황지향 기자
  • 입력: 2025.09.12 11:09 / 수정: 2025.09.12 13:52
공급 과잉 속 출혈 경쟁 우려
4603만 국제선 여객에도 적자 확대
중국 무비자 시행 앞두고 수요 반등 기대
12일 업계에 따르면 파라타항공은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항증명(AOC)을 재발급받고 본격적인 운항 채비에 들어갔다. /남용희 기자
12일 업계에 따르면 파라타항공은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항증명(AOC)을 재발급받고 본격적인 운항 채비에 들어갔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시장이 처음으로 9개사 체제를 맞는다. 플라이강원을 인수해 출범한 파라타항공이 이달 중순 첫 상업 운항에 나서면서다. 코로나19 등으로 미뤄졌던 다자 경쟁 구도가 현실화하자 업계는 공급 과잉 속 치열한 출혈 경쟁을 우려하면서도 중국 노선 확대와 지방공항 거점 강화 등 차별화 전략을 통해 수익성 회복에 나서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파라타항공은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항증명(AOC)을 재발급받고 본격적인 운항 채비에 들어갔다. 이번 주 중 홈페이지를 열고 항공권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정기편을 운항 중인 LCC는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8곳으로 파라타항공이 합류하면 국내 하늘길은 사상 처음 9개사 경쟁 체제를 맞는다. 파라타항공은 지난 7일 중단거리 노선용 A320-200을 도입했으며, 이미 보유한 A330-300과 함께 첫 노선인 양양-제주 구간 운항에 나설 예정이다.

문제는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뚜렷하게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국제선 여객 수는 4603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LCC의 성적은 엇갈렸다. 티웨이항공은 영업손실 1157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가 308.6% 확대됐고, 제주항공도 74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흑자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이 각각 83.9%, 67.4% 줄었다. 각사가 공격적으로 노선을 늘리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했고, 자연스럽게 운임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일본과 동남아 노선에 공급이 집중되면서 '치킨게임식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반기 반등 열쇠는 중국 노선에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한국 국민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고, 한국 정부도 오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중국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양국의 무비자 정책이 맞물리면서 중국 노선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은 지난 7월 부산-상하이 노선을 신규 취항했고 오는 10월부터 인천-구이린 노선 운항을 시작한다. 진에어는 지난 5월 인천-칭다오 노선을 2년여 만에 재개해 매일 운항 중이고, 에어부산은 부산-옌지 노선을 주 6회로 증편했다. /남용희 기자
제주항공은 지난 7월 부산-상하이 노선을 신규 취항했고 오는 10월부터 인천-구이린 노선 운항을 시작한다. 진에어는 지난 5월 인천-칭다오 노선을 2년여 만에 재개해 매일 운항 중이고, 에어부산은 부산-옌지 노선을 주 6회로 증편했다. /남용희 기자

LCC들은 이미 중국 노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7월 부산-상하이 노선을 신규 취항했고 오는 10월부터 인천-구이린 노선 운항을 시작한다. 진에어는 지난 5월 인천-칭다오 노선을 2년여 만에 재개해 주 6회 운항 중이고, 에어부산은 부산-옌지 노선을 주 6회로 증편했다. 이스타항공은 인천-옌타이 노선 취항을 앞두고 있으며 인천-상하이, 청주-장가계 등 일부 독점 노선도 확보했다. 국내 LCC 가운데 인천-상하이 노선을 운항하는 곳은 이스타항공이 유일하다.

부산발 국제선 확대도 또 다른 돌파구로 꼽힌다. 김해공항은 시설 사용료 감면 등 제도적 지원이 있고, 일본 등 인근 지역과의 단거리 노선은 운항 거리에 비해 운임이 높아 수익성이 우수하다. 이스타항공은 오는 10월부터 부산-오사카, 부산-후쿠오카 노선을 각각 매일 2회, 부산-삿포로 노선을 매일 1회 운항한다. 티웨이항공도 같은 시기 부산-삿포로, 부산-후쿠오카 노선에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지방 거점 공항 확대는 공급 과잉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반납된 운수권과 슬롯(공항에서 배정받는 시간대별 운항 허가)의 재배분이다. 대상은 일본 나고야·오사카·삿포로, 중국 장자제·시안·베이징·상하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국제선 26개 노선과 국내선 8개 노선이다. 수익성이 높은 이른바 '황금 노선'이 포함돼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번 재배분에서는 항공 안전 기준 강화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항공사는 1년간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지난해 항공교통서비스 평가에서 안전성 F등급을 받은 제주항공은 사실상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안전성 B+ 등급을 받은 이스타항공은 최대 수혜가 예상된다. 청주공항 거점의 에어로케이도 중국 노선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평가에서 안전성과 이용자 보호 충실성에서 A등급 이상을 받으며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장거리 노선에서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파라타항공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티웨이항공은 이미 대한항공으로부터 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4개 노선을 넘겨받아 운항 중이고, 장거리 운항 경험을 무기로 내세울 전망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난 7월 월간 탑승객 10만명을 돌파했으며, 연말까지 9호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파라타항공 역시 A330-200을 추가 도입해 동남아·중동·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 확보를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생 항공사까지 가세해 9개사 체제가 시작되는 만큼 차별화 전략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며 "중국과 부산발 국제선 수요, 운수권 배분에서 어떤 결과를 얻느냐가 하반기 실적과 향후 생존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무비자 시행으로 늘어날 중국인 관광객을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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