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계획안 연장·줄줄이 폐점…'첩첩산중' 홈플러스
  • 문화영 기자
  • 입력: 2025.09.12 11:09 / 수정: 2025.09.12 11:09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 11월로 또다시 연기
회생보다 '매각 준비'에 치중?…우려 나오기도
홈플러스가 임대료 조정이 안 된 15개 점포를 순차 폐점을 예고한 가운데 폐점을 앞둔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가양점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박헌우 기자
홈플러스가 임대료 조정이 안 된 15개 점포를 순차 폐점을 예고한 가운데 폐점을 앞둔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가양점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홈플러스가 위기 탈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두 차례나 연기됐고 임대료 조정이 결렬된 점포는 잇따라 문을 닫는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오는 11월 10일까지 연장했다. 당초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을 지난 7월 10일까지 제출해야 했지만 이달 10일로 한차례 미룬 것에 이어 또다시 연장했다.

홈플러스는 '인가 전 M&A(인수합병)'을 위한 인수의향자를 찾지 못하며 법원에 연장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특정 인수희망자와 사전계약을 맺은 뒤 공개 입찰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인수자를 찾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점포 구조조정도 본격화됐다. 홈플러스는 임대료 조정이 결렬된 15개 매장을 올해 안에 폐점하기로 했다. 오는 11월 16일 문을 닫는 곳은 △수원 원천점 △대구 동촌점 △부산 장림점 △울산 북구점 △인천 계산점 등 5개다.

이어 △서울 시흥점 △서울 가양점 △경기 일산점 △경기 안산고잔점 △경기 화성동탄점 △충남 천안신방점 △대전 문화점 △전북 전주완산점 △부산 감만점 △울산 남구점이 줄줄이 사라진다. 홈플러스는 이들 점포에서만 매년 700억원대 임대료가 발생해 영업손실 규모가 80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재무 부담도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전기요금과 건강·고용·산재보험 등 3대 보험료를 제때 납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모든 대형마트 점포의 8월 전기요금과 일부 보험료가 미납된 상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9월 청구분이 일시적인 미납인 상태인 것은 맞지만 곧 납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는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홈플 히트상품 위크' 등 대규모 할인행사를 전개하며 생필품·PB상품을 할인 판매 중이다. 대표 제품인 '보먹돼', '당당 두마리옛날통닭'과 추석 준비를 위한 주방용품, 신상품 워킹화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기업 회생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홈플러스를 믿고 찾아 주시는 고객들을 위해 오직 홈플러스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인기 단독 상품을 엄선해 파격가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회생보다 '매각 준비'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4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3월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도 매출 감소와 고정비 부담이 이어졌다. 이에 홈플러스 측은 "일부 투자와 경영 개선만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행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차입금 상환을 위해 매각 후 다시 임차하는 세일즈앤리스백 계약을 체결하며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최근 재무 부담이 가중되자 기업회생보다 매각 추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MBK가 적극적으로 자구책을 강구하며 회생시켜야 하는데 매각에만 집중하며 회생을 등한시하는 것 같다"며 "내부 직원들이나 물건 납품하는 사람들, 임대 매장 관계자들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지만 이런 걸 고려하지 않고 있는듯 하다"고 말했다.

cultur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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