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추락…건설산업 '젊은 일손'도 '투자'도 끊겼다
  • 이중삼 기자
  • 입력: 2025.09.11 15:11 / 수정: 2025.09.11 15:21
건설업 취업자 16개월 연속 후퇴
사망사고 반복되는 '위험한 직종'
건설투자 감소 추세…미래 불투명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대한민국 건설산업이 청년 인력 절벽과 투자 위축이라는 거센 파고에 직면했다. 산업재해 불안과 열악한 근로환경에 청년층은 등을 돌렸고, 국내 건설투자는 4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사람과 돈' 양날개가 꺾이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11일 통계청·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건설업 취업자는 191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만2000명(6.5%) 줄었다. 16개월 연속 내림세다. 특히 20·30대 비중이 크게 감소하며, 건설현장에서 젊은 일손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건설기능인력 평균 연령은 51.8세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비중은 28.1%인 반면, 20·30대 비중은 16.2%에 그쳤다.

젊은층이 건설업 취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산업재해 불안과 취약한 근로환경 때문이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최근 고등학생 2000명과 대학생 1006명을 대상으로 '건설업 진로 선택 의사·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고교생들은 부실공사와 안전사고 등 부정적 이미지와 다른 산업 대비 취약한 근무조건을 취업 기피 요인으로 꼽았다.

건설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중 건설업 취업을 희망하는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이들은 근무환경과 미래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다. 고령층이 건설현장 인력을 떠받치고 있지만, 구조적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건설업 사망자 OECD 10대국 중 1위 '불명예'

산업재해 불안과 열악한 근로환경에 청년층이 건설업 취업을 기피하고 있다. 국내 건설투자도 4년 연속 뒷걸음질치며 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박헌우 기자
산업재해 불안과 열악한 근로환경에 청년층이 건설업 취업을 기피하고 있다. 국내 건설투자도 4년 연속 뒷걸음질치며 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박헌우 기자

실제 우리나라 건설업 사망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 10대국 중 가장 높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 명당 사망자 비율)은 1.59(만분율)로, 10대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10대국 평균은 0.78에 불과, 한국 수치를 두 배 이상 웃돈다. 한국 건설노동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사고 위험에 훨씬 더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들어서만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DL건설 등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에서 연이어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현장은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주 4.5일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특정 발주자로부터 수주받아 생산하는 건설업 특성상 실제 도입이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신원상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서비스업·정보통신업·예술 등 총 22개 산업 분야에서 건설업은 13위에 머물렀다"며 "향후 건설 기술인력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며 "건설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목적 명확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건설투자 5~8% 위축 시 연관 산업 '직격탄'

건설업계의 20대 일자리가 17만여개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 일자리는 20만개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취업정보게시판 일부가 비어 있다. /뉴시스
건설업계의 20대 일자리가 17만여개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 일자리는 20만개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취업정보게시판 일부가 비어 있다. /뉴시스

인력난과 함께 건설업계를 짓누르는 또 다른 요인은 투자 위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건설투자는 2021년 -0.2%, 2022년 -3.5%, 2023년 -0.5%, 2024년 -3.3%로 4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투자는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을 -8.1%로 내다봤다. 상반기 건설투자가 기존 전망을 밑돌았고 부동산 PF 시장 정상화 지연, 대출 규제 강화, 안전사고 여파 등으로 회복이 지체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청년층이 들어오지 않고, 투자마저 줄어드는 상황은 건설업의 근간 자체가 흔들린다는 신호"라며 "이 상태가 5년 이상 이어지면 산업 체질 자체가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투자가 5~8% 수준으로 위축될 경우 연관 산업의 피해가 클 것으로 관측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산업을 넘어, 여러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된 기초 인프라 사업"이라며 "(5~8%) 건설투자가 줄면 서비스보다는 자재산업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내수 회복을 위해서는 건설투자 회복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건설 예산지출 확대와 선제적 투자를 강화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여기에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 등 산업 내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js@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