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한림 기자] '15%룰' 등 당국의 점유율 규제와 일부 종목의 거래 중지로 거래량이 위축된 대체거래소(ATS)가 규제 완화 움직임에 다시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맞선 한국거래소는 대체거래소 거래 개시 시간인 오전 8시로 조정하는 프리마켓 도입 방안을 검토하면서 주식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1일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지난 9일 모든 시장을 합산한 거래량은 2억148만주로 집계됐다. 지난 3일부터 매일 거래량이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달 일평균 거래량인 1억8125만주를 크게 웃돈 결과다.
대체거래소의 거래량 회복은 당국의 규제 유예 결정에 따라 투자자들의 안도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 당국은 그간 대체거래소가 한국거래소 거래량을 합산한 국내 주식시장 총 일일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15%룰'에 저촉될 위험이 있다고 보고 점유율 규제를 검토했으나, 투자자 보호를 위해 결정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틀었다.
대체거래소의 파급력이 시장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방증이다. 올해 3월 출범한 넥스트레이드는 70여년간 독점한 한국거래소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의 전망과는 달리, 한국거래소보다 거래를 일찍 시작하고 늦게 끝난다는 강점이 주목을 받으면서 6개월간 거래량이 폭증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일일 거래량 점유율이 14%대까지 오르는 등 출범 당시 정해놓은 선을 넘으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한국거래소와 일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다. 이에 대체거래소는 선제적으로 79개 종목에 대한 일시적인 거래 정지 카드를 꺼내 들었고 정해진 규정을 어길 생각이 없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문제는 한국거래소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5월 당국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대체거래소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는데도 거래량 감소와 실적 악화, 투자자 혼선 등을 이유로 대체거래소 출범을 달갑게 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거래소도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도입을 수년째 검토해 왔고 이르면 연내에 거래시간을 현행 하루 6시간 30분에서 최대 12시간으로 연장한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었다. 다만 대체거래소 파급력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체감되기 시작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중 하나가 프리마켓 도입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전 7시부터 7시 50분까지 별도의 프리마켓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체거래소의 프리마켓 시간인 오전 8시부터 8시 50분까지와 겹치지 않아 상권 침해적 논리에서 자유롭고, 시간대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4시간 주식 거래를 지향하는 세계 주식 시장의 추세에 따른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명분을 더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은 내년부터 24시간 거래 체제를 도입해 금융시장이 멈추지 않도록 할 방침을 세우고 있으며, 세계 주요국들이 장시간 거래를 선호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시간 연장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거래소 시장 경쟁 격화…증권사 반응은
양사의 거래 시장을 둘러싼 점유율 경쟁 등이 치열한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견해가 엇갈리면서 눈길을 끈다. 주식 거래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재미를 보는 곳은 거래 플랫폼을 보유한 증권사가 맞지만 프리마켓 등 신규 시장 도입을 위한 추가 비용이나 전산 장애 문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중소형사는 더 뒤쳐지게 되는 규모의 문제 등이 겹치고 있어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 시간을 늘리는 것이 무조건 거래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수익 측면에서도 프리마켓 등 비정규장보다 기관 수급이 들어오는 정규장이 중요하고, 전산 안정성 측면에서도 거래 시간 확대가 주는 셈법이 꼭 플러스라고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 간 점유율이나 거래 시간 등 경쟁은 이용자 수가 많은 대형사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기보단 중소형사가 더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고 대체거래소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없고 리테일 부문 비중이 높지 않은 증권사로서는 손익을 쉽게 판단하기 애매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노조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부 한국거래소와 증권사 임직원들로 구성된 사무금융노조는 거래소간 경쟁이 불러온 거래시간 연장 움직임 등은 금융업계 종사자의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고 시장 안정성 유지보수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자본시장 활성화, 투자자 피해 최소화 등에 들어가야할 비용 부담을 우회적으로 가중하는 것은 물론 투자자들의 편의보단 피로감을 더하게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거래소간 시장 경쟁의 원인은 증권사들이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지분법상 대체거래소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거래소간 점유율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한국거래소는 지난 2015년 민영화를 통해 국내 증권사들이 86%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도 거래소 경쟁을 통해 투자자들의 편의를 높이고 국내 증시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금융투자협회와 국내 증권사들이 합심해 만든 곳이다. 11일 기준 금융투자협회를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7개 대형 증권사가 각 6.64%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증권금융, 교보증권 등 19개 증권사가 각각 1.71%의 지분을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