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속도전에도 '시큰둥'…"재초환·분상제가 핵심"
  • 황준익 기자
  • 입력: 2025.09.09 11:05 / 수정: 2025.09.09 11:05
재초환 폐지 빠져 정비사업 활성화 불투명
의무임대 세입자 확대, 재건축 이주비 지원
"오히려 조합 부담 가중" 우려도
정부가 9·7 대책에서 각종 절차를 단축하고 용적률을 높여주는 것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핵심 방안이다. 다만 정비사업 현장에서 폐지 목소리가 높았던 재초환은 빠졌다. /박헌우 기자
정부가 9·7 대책에서 각종 절차를 단축하고 용적률을 높여주는 것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핵심 방안이다. 다만 정비사업 현장에서 폐지 목소리가 높았던 재초환은 빠졌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황준익 기자] 정부가 9·7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정비사업 활성화를 내걸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안전진단과 함께 '재건축 3대 대못'으로 꼽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분양가상한제(분상제)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결국 실제 사업에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핵심 방안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9일 "공사비 상승으로 분담금 상승에 따른 조합원 간 갈등이 심해졌다"며 "재초환 폐지 등 조합원들의 돈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6·27 대책에서 이주비 대출규제로 혼란이 큰 데 이번 대책으로 사업속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9·7 대책에서 각종 절차를 단축하고 용적률을 높여주는 것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핵심 방안이다. 다만 정비사업 현장에서 폐지 목소리가 높았던 재초환은 빠졌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지난 7일 "재초환은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부과가 미뤄지는 상황"이라며 "바로 없앤다는 개념보다는 제도가 작동하는 구조를 보면서 향후 더 진전된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재초환은 재건축 조합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1인당 8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처음 시행 당시 초과이익 기준이 3000만원이었지만 윤석열 정부인 지난해 3월 8000만원으로 완화됐다.

초과이익 부담금 우려가 큰 단지의 조합원들은 "투기 잡는다고 만든 법이 실거주자만 잡고 공급만 위축시킨다"고 꼬집는다.

분상제 역시 폐지 목소리가 높다. 분상제는 분양가격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이다. 공공택지는 85㎡ 이하 주택에, 민간택지는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만 적용된다.

재건축 조합들은 분상제 적용으로 아파트 분양수익이 감소해 결국 조합원들의 이익을 나눠주는 형국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시세와의 차이가 큰 분양 단지는 청약 과열 양상을 보여 '로또 청약'이라고도 불린다. 공사비 급등으로 분양가가 오르면서 시세 대비 낮은 가격으로 특정 계층에서 주택을 배분하는 성격도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현장에서는 이번 대책에서 오히려 정비사업 규제로 보이는 사항도 있다고 지적한다. 9·7 대책에서는 재개발 의무임대에 입주 가능한 세입자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는 구역지정 공람·공고일 3개월 전 거주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입주자 선정 후 잔여분은 기준일 후 거주자도 허용된다. 이주자금 지원대상에 재건축 사업 세입자를 포함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존에는 재개발 세입자에게만 지원됐다.

또 다른 조합장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로도 임대주택을 주면 임대받으려고 버티는 세입자가 증가하면서 조합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며 "재개발 이슈를 알고 들어오는 세입자도 보상해주는 게 형평성에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용적률 완화시 공공기여하는 임대주택의 관리처분계획인가 전 공개추첨을 의무화한 것도 과도한 '소셜믹스'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합원 동호수 추첨도 관리처분인가 이후에 하는데 임대아파트를 어떻게 먼저 뽑으라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도시 외연 확장 및 틈새 부지 공급 확대에는 유효하나 핵심 수요의 정책적 해소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실질적인 시장 안정 효과를 위해서는 강남권·도심권 정비사업의 규제 완화, 민간 유인 인센티브 제도화 등 정비사업 구조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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