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데이터 사업 '새 노선'…非금융 영역 사업 속도↑
  • 김정산 기자
  • 입력: 2025.09.04 16:17 / 수정: 2025.09.04 16:17
정태영 부회장, '혁신' 강조 철학…시장 선도 여부 주목
전통 방식 VS 독자 노선…향후 성과서 '판가름' 전망 확산
현대카드가 데이터 사업에 독자 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현대카드
현대카드가 데이터 사업에 독자 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현대카드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현대카드가 결제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면서 비(非) 금융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IT) 분야뿐 아니라 유통업계와 협업을 단행하는 등 변화구를 던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현대카드는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 ‘피코크’와 손잡고 간편식 4종을 출시했다. 서울 시내 요식업종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맛집을 선정했고, 이마트 ‘비밀연구소’ 셰프들이 개발에 참여했다. 맛집 선정부터 제품 개발까지 약 1년 6개월이 투입됐다. 단일 상품에 이례적으로 공을 들였다는 평가다.

현대카드는 이처럼 소비 데이터를 활용해 신상품 개발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신용카드사 SMCC에 데이터 사이언스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를 수백억원에 판매했다. 국내 금융회사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수출한 첫 사례다. 당시 SMCC는 현대카드의 데이터 분석·설계 역량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의 행보가 전통적인 신용카드사 데이터 영업 방식과 차별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카드사는 업종별 소비 데이터를 가공·판매하는 형태가 주류다. 예컨대 카페 창업을 앞둔 예비 창업자가 지역별 카페 소비 데이터를 구매해 입지와 수요를 분석하는 식이다. 이러한 데이터 거래는 주로 금융데이터거래소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이날 기준 금융데이터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융데이터 상품은 총 8643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NH농협 등 9개 주요 카드사가 제공하는 상품은 7671건으로, 전체의 88.75%를 차지한다. 카드사가 금융데이터 시장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맹점수수료 인하, 카드론 축소 등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데이터 사업 비중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금융데이터거래소에서 현대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0% 수준에 그친다. 전체 카드사 데이터(7671건) 가운데 단 8건만 판매하고 있어 점유율은 0.10%에 불과하다. 현대카드는 대신 독자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만큼 'PLCC 동맹체'를 기반으로 다양한 협업 상품을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또한 PLCC 전략에 진심이다. 지난해 PLCC 파트너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협의회를 열며 직접 소통에 나섰고, 당시 "남들이 하는 것을 조금 더 잘하기보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싶다"라며 혁신 의지를 강조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독자적으로 구축한 PLCC 동맹체를 필두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려고 한다"라며 "이번에 협업을 단행한 이마트와는 10년째 동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다만 전략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신용카드 데이터 사업이 본격 성장하는 단계인 만큼 시장 초기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트너 협업 전략의 효용성이 약화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현대카드의 독자 노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현대카드가 촉발한 PLCC 경쟁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된 만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직 데이터 사업은 가맹점수수료나 카드론처럼 확실한 수익원이 되지 못한 상황이어서,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업이 워낙 보수적인 분야인 만큼 비금융 분야도 과감한 도전이 이뤄지긴 어려운 경향이 있다"라며 "데이터사업의 경우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역마진'등 우려도 낮은 만큼 앞으로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성과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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