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증권신고서를 정정 공시하며 분할 추진 명분을 구체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이해상충 해소와 사업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인적분할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일 분할 증권신고서를 정정 공시했다. 정정안에는 지난달 22일 제출한 신고서에서 미흡하다고 지적된 인적분할의 필요성과 목적, 분할 후 사업 전망 등이 보완됐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이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보고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이 유상증자가 아니어서 원칙적으로 중점심사 대상은 아니지만 시장의 관심이 큰 만큼 중점심사에 준해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정정된 증권신고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분할을 통해 '생산'과 '개발'을 분리해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대규모 위탁생산(CDMO) 계약을 체결하려 했으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해당 약물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면서 계약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례가 포함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사실상 동일 회사로 봤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신약 개발사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이 엄격한 방화벽 구축 등에도 불구하고 이해상충에 대한 우려를 지속 제기했다"고 했다.
분할 이후 존속법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 기업으로서 생산 역량에 집중하게 된다. 회사는 항체의약품을 넘어 메신저RNA(mRNA), 이중항체,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으며,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분야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신설 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해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개발을 전담한다.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해 신규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며, 관련 상표 '에피스이노베이션(Epis Innovation)'과 '에피스넥스랩(Epis Nexlab)'을 출원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할 이후에도 CDMO와 위탁개발(CDO) 사업의 시너지는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세포주 공정, 기술지원 등 핵심 부서는 존속법인에 남겨 분할이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분할 일정은 한 차례 지연된 바 있다. 당초 오는 9월 16일 열릴 예정이던 임시주주총회는 10월 17일로 연기됐다. 이어 10월 30일부터 11월 21일까지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11월 24일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재상장할 예정이다. 다만 금감원 심사에 따라 일정은 다시 조정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심사가 길어질 경우 일정이 더 늦춰질 수 있으나 회사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불확실성은 점차 해소될 것"이라며 "CDMO와 신약 개발이 각각 독립적으로 가치를 평가받게 되면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