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국내 화두' 스테이블코인 선제 행보…디지털 자산 강화 속도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5.09.04 00:00 / 수정: 2025.09.04 00:00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직접 서클의 히스 타버트 총괄 사장 만나
하나금융 MOU 체결·상표 출원·커스터디 투자 등 포석 눈길
하나금융은 미주 네트워크 확장과 디지털 자산 준비라는 두 축을 동시에 가동했다. /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은 미주 네트워크 확장과 디지털 자산 준비라는 두 축을 동시에 가동했다. /하나금융그룹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글로벌 발행사와 손잡고 스테이블코인 시장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클 경영진이 최근 한국을 방문해 국내 금융권 수장들과 연쇄 회동을 가진 가운데, 하나금융은 MOU 체결·상표 출원·커스터디 투자 등 다층적 포석을 통해 선제적 입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클의 히스 타버트 총괄 사장은 8월 21~22일 방한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 수장들과 면담했다. 미국 최대 스테이블코인 기업 서클의 2인자로 알려진 그의 방문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결제 활용, 원화 연동 모델의 가능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특히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직접 타버트 사장을 만나 시장 동향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디지털 자산 시장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5월 하나은행과 서클이 스테이블코인 사업 전반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만큼 관련한 내용에 대해 의견을 교류하고 국내 스테이블코인 입법 현황과 디지털 자산 시장 등에 대한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점쳐진다.

하나은행은 올해 5월 서클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포괄적 MOU을 체결했다. 양 사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세부 방안은 추후 협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클은 유로 스테이블코인인 유로코인(EURC)을 발행하고 일본의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JPYC에 투자하기도 했다.

하나은행과 서클의 행보는 국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속도와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서클과 국내시장 주도권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하나은행의 이해관계가 합쳐졌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국내에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6월 특허청에 'HanaKRW', 'KRWHana' 등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 16건을 출원했다. 규제 정비 이후 발행·커스터디·국제 결제 등 다양한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평가다.

수탁 인프라 확보에도 공을 들였다. 2023년 글로벌 가상자산 수탁업체 비트고와 전략적 MOU를 체결한 데 이어, 2024년 합작법인 '비트고코리아'를 설립하며 25% 지분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보관부터 토큰화 금융상품 수탁까지 아우르는 기반을 마련했다. 글로벌 발행사·수탁사와의 협력 라인을 동시에 확보한 점은 국내 은행 가운데서도 선제적 시도로 꼽힌다.

함영주 회장(사진)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트렌드 변화에 주목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최근 미국 내에서 가상자산 규제가 완화되고 제도가 활성화되는 기류를 감안할 때,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열린 시각을 가지고 철저히 준비해 선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사진)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트렌드 변화에 주목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최근 미국 내에서 가상자산 규제가 완화되고 제도가 활성화되는 기류를 감안할 때,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열린 시각을 가지고 철저히 준비해 선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올초부터 디지털 자산 등 트렌드 변화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응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함영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트렌드 변화에 주목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최근 미국 내에서 가상자산 규제가 완화되고 제도가 활성화되는 기류를 감안할 때,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열린 시각을 가지고 철저히 준비해 선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 가상자산 규제 완화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모습이다.

정책·제도 환경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0월 국회 제출을 목표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 담보 관리, 내부통제와 외화 스테이블코인 취급 원칙을 담은 2단계 법안을 준비 중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 6월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체계를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했고 안도걸 의원도 스테이블코인 규정을 더욱 구체화한 별도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도 스테이블코인을 정의한 '디지털자산혁신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제도 윤곽이 나오면 은행의 발행·유통·수탁 역할과 책임 범위가 구체화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4~5월 7개 은행과 예금토큰 실거래 시험을 진행했다. 한 달간 약 5만7000개의 지갑, 1만5000건의 결제가 발생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 하반기 전략과 관련해 "법안 발의 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은 국가 간 지급결제·해외송금 등 새로운 금융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 △국내외 규제·정책 흐름 점검 △핵심 인프라와 기술요건 분석 △활용 방안 연구 △국내외 파트너십 구축 등을 선제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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