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열풍에 글로벌 대세 된 '라면'…삼양 불닭볶음면은 왜 '라멘'?
  • 문은혜 기자
  • 입력: 2025.09.03 11:01 / 수정: 2025.09.03 11:03
'불닭볶음면' 영문 명칭은 'Hot Chicken Flavor Ramen'
농심 신라면은 'SHIN Ramyun'으로 표기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 열풍을 일으킨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영문 표기 라멘(Ramen) 해외에 수출되고 있다. /삼양식품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 열풍'을 일으킨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영문 표기 '라멘(Ramen)' 해외에 수출되고 있다. /삼양식품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케데헌) 열풍으로 전 세계에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식 라면(Ramyun)'의 위상도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일본식 라면을 뜻하는 '라멘(Ramen)'이 표준으로 통용됐지만 현재는 케데헌 등 인기 콘텐츠 속에서 '라멘'이 아닌 '라면'이라 표기하고 발음할 정도로 한국식 라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수출 초기부터 영문 표기를 '라멘(Ramen)'으로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K-라면의 대표적인 아이콘 '불닭볶음면'이 일본식 명칭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영문 명칭은 'Hot Chicken Flavor Ramen'이다. 수출을 시작한 지난 2016년부터 'Ramen(라멘)'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삼양식품 측은 글로벌 소비자들이 익숙하게 인식하는 단어를 택해 접근성을 높이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설명한다. 서구권 소비자에게 '라멘(Ramen)'은 국물 라면이든 컵라면이든 즉석면 전체를 아우르는 보편명사에 가깝다는 것. 이 시장에서 낯선 'Ramyun'보다는 'Ramen'이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렸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라면이 'Ramen'이라는 표기로 오랜 기간 판매되어 해외 소비자들이 라면을 'Ramen'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특히 불닭볶음면의 경우 관련 트래픽을 분석하면 'Ramyun'보다 'Ramen'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체성이다. 서구권에서 라멘은 '일본 음식'이라는 인식이 깊이 각인돼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식 매운 라면의 대명사인 불닭볶음면이 굳이 일본식 표기를 빌려 쓰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라멘'은 '스시', '사케' 등과 함께 일본 음식을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말했다.

농심은 신라면 해외 수출 초기부터 영문명을 SHIN Ramyun으로 표기해 판매 중이다. /농심
농심은 신라면 해외 수출 초기부터 영문명을 'SHIN Ramyun'으로 표기해 판매 중이다. /농심

삼양식품과는 대조적으로 농심은 라면 수출 초기부터 영문 표기를 'Ramyun'으로 고집해 왔다. 대표적으로 '신라면'은 현재 'SHIN Ramyun'이라는 영문명으로 해외에서 팔리고 있다. 한국식 표기를 그대로 반영해 K-라면의 정체성을 각인시키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Ramyun'이라고 표기한 것은 한국식 발음인 '라면'을 제품명에 반영한 것"이라며 "신라면을 해외에 수출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같은 표기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수출 초기에 'Ramyun'은 현지 소비자들에게 다소 낯선 단어였으나 K-푸드 열풍이 불고 있는 현재 신라면은 미국·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한국식 라면'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케데헌 작품 속에서 그룹 헌트릭스 멤버들이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먹는 라면이 실제 '신라면'과 유사하게 묘사되기도 했다. 이에 케데헌 글로벌 팬들로부터 실제 제품을 출시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졌고 이에 대응해 농심은 넷플릭스와 협업한 한정판 라면을 출시해 완판시켰다.

때문에 해외에서만 13억개가 넘는 라면을 팔고 있는 삼양식품의 선택이 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양식품은 지난 2016년부터 수출을 시작한 '불닭 시리즈'가 대박이 나면서 실적이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2016년까지만 해도 900억원대였던 해외 매출은 2020년 3000억원, 2022년 6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3년 80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삼양식품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80%에 육박한다. 단일 라면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이 정도의 수익을 내는 건 이례적인 성과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닭 정도의 브랜드 파워라면 해외 소비자가 낯설어하던 'Ramyun'이라는 단어조차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K-푸드 대표주자로서 'Ramen'이라는 표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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