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술 수출' 주춤한 K-바이오…美 불확실성에 발목
  • 조성은 기자
  • 입력: 2025.09.02 10:40 / 수정: 2025.09.02 10:40
트럼프 행정부 약가 압박·고율 관세 예고에 빅파마 자금 집행 '멈춤'
특허 절벽·연말 시즌 효과에 4분기 기술이전 반등 기대
상반기 조 단위 기술수출을 이어오던 국내 바이오업계가 하반기 들어 주춤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발 정책 변수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뉴시스
상반기 조 단위 기술수출을 이어오던 국내 바이오업계가 하반기 들어 주춤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발 정책 변수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뉴시스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올해 상반기 조 단위 기술수출로 사상 최대 실적 갱신을 눈앞에 뒀던 국내 바이오 업계가 하반기 들어 주춤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발 약가 인하 압박과 수입 의약품 관세 부과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대형 자금 집행을 미루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두 달 가까이 신규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올해 상반기에는 약 11조5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이는 지난 3년 평균 연간 계약 규모인 약 7조3000억원을 반기 만에 넘어선 규모다.

1분기에 올릭스는 일라이 릴리에 대사 이상 지방간염(MASH) 및 심혈관·대사 질환 관련 신약 후보물질 'OLX702A'를 약 9117억원에 이전했다. 알테오젠은 'ALT-B4'를 아스트라제네카(AZ) 자회사 메드이뮨과 1조9000억원 규모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ALT-B4는 정맥주사 치료제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하는 플랫폼이다. 이어 2분기에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4조1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하반기 기술이전이 부진한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미국의 정책 변수들을 원인으로 꼽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의약품 가격을 '최혜국대우(MFN)' 수준으로 낮추라는 공개서한을 17개 글로벌 제약사에 발송하고, 수입 의약품에 15% 안팎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다국적 제약사의 수익성에 직격탄이 될 수 있어 기술도입을 비롯한 대규모 자금 집행에 신중해졌다는 것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압박과 리쇼어링, 관세와 같이 수익성을 압박하는 대외 불확실성과 향후 5년내 주요 글로벌 블록버스터의 특허 절벽을 앞두고 있어 빅파마는 향후 비용 통제 및 수익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구조조정도 변수다.

허 연구원은 "7월 예상 감원은 약 79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87%에 달한다. BMS는 대규모 비용 절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상반기에만 4차례 감원을 단행했다. 머크도 전 세계 인력의 약 8%에 해당하는 6000명의 감원을 단행했으며 화이자 또한 2027년까지 77억달러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며 "이는 기술 이전 잠재 파트너사 인력의 고용 불안전성으로 이어지며 기술이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기술 이전 가치 산정에 영향을 주는 약가 인하 불확실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분위기 반전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통상 4분기에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 건수가 늘어나는 계절적 요인이 있다고 본다. 또한 9월 말 트럼프 행정부가 제약사에 보낸 약가 인하 요구 서한의 답변 시한이 지나면 정책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수 있다.

'특허 절벽' 역시 빅파마의 기술 도입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BMS의 옵디보, BMS·화이자의 항응고제 엘리퀴스 등 연매출 10조원대 블록버스터들의 특허 만료가 임박하면서 이를 대체하거나 효능을 확장할 신기술 도입이 필요하단 것이다.

허 연구원은 "빅파마는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을 단행하고 있으나 동시에 특허 절벽에 따른 혁신 신약 도입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며 오는 4분기에는 글로벌 기술이전 거래 건 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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