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이 국제비상경제수권법(IEEPA)에 근거한 관세 조치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놓았지만, 행정부 조치에 미국 의회 입법과 사법적 판단을 통한 견제는 제한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1일 한국무역협회(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트럼프 행정부 통상조치에 대한 미국 입법·사법적 견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더해 2기에도 강한 조치에 나서면서 미국 내 입법적·사법적 반발도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 연방의회는 헌법상 의회 권한인 통상·관세 정책을 대통령이 과도하게 행사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트럼프 1기(115대·116대 의회)에 이어 2기(119대 의회) 들어서도 관세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무역검토법(Trade Review Act)과 관세 제한 결의안은 공화당 의원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 지지를 바탕으로 상원을 통과한 관세 제한 결의안은 하원 통과에 실패했다. 보고서는 공화당이 양원 다수당을 차지한 의회가 행정부 독주를 견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보고서는 사법적 판단을 통한 견제는 일부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1심인 국제무역법원(CIT)에 이어, 연방순회항소법원도 트럼프 행정부 IEEPA 근거 관세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IEEPA 관세 조치는 복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연방대법원은 오는 9월 29일 상고 허가 회의(연방대법원 새 회기 시작과 함께 휴정 기간 접수된 상고허가신청을 검토하는 비공개 회의)를 통해 2심 판결 상고·여타 사건 대법원 심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대법원이 하급심 판단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공화당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된 판사가 6명(트럼프 1기 임명 3명 포함), 민주당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된 판사가 3명으로 구성돼 대법원이 보수 색채가 강하다는 이유다.
대법원은 최근 하급심 대통령 정책 차단 결정을 정지시키며 트럼프 행정부에 유리한 판결을 연이어 내리고 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대법원이 행정부에 제동 거는 판결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재선 부담이 없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정치적 유산 확보에 주력해 고강도 통상 조치 추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입법·사법적 견제로 기존 조치가 약화해도, 통상법 제122조나 관세법 제338조 등을 근거로 대체 조치를 '플랜B'로 준비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1기보다 확대된 무역확장법 제232조 품목별 관세 조치가 늘어날 가능성도 나온다. 한주희 무협 연구원은 "트럼프 1기에 시작한 조치가 바이든 정부에서 더 강화된 점을 고려한다면, 미국의 자국 중심적 일방주의, 관세의 상시화는 미국 통상정책 새로운 표준"이라고 봤다.
이어 "대미 수출, 투자 기업은 '뉴노멀'에 맞춰 생산·제품 전략을 조정하고, 주 정부·의회와의 협력 강화 등에 주력하는 동시에 틈새·첨단 품목 중심 기술·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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