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한때 전국적으로 2만명을 넘었던 카드모집인이 급감하면서, 이제는 3000명 남짓만이 활동하고 있다. 카드사가 디지털전환(DT)을 추진하면서 모집인의 역할은 축소되는 추세지만, 소수의 '영업왕'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전국 카드모집인의 수는 3552명이다. 전년 동기 대비 1216명 감소했다. 지난해말 4000명선을 유지했지만 올해 그 벽마저 무너진 것이다. 1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수만명의 카드모집인이 활발하게 영업을 했지만 지난 2020년 1만명선 붕괴 이후 내리막길을 지속하고 있다.
카드모집인이 감소한 배경에는 신용카드사의 디지털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 카드사별 홈페이지와 네이버, 토스 등 플랫폼과 연계를 통해 신용카드 영업을 단행하고 있다. 과거 모집인이 가입자를 찾는 형태에서 소비자가 카드사를 찾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카드업계는 모집인에게 주는 인건비를 가입자에게 지급하면서 자체 경쟁력과 소비자 혜택을 동시게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카드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비용 절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모집인이 1만명선을 유지하던 지난 2019년 1분기 주요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카드)의 모집비용은 2350억원이다. 올 1분기 투입한 1394억원과 비교하면 40.68% 감소했다. 연단위로 살펴보면 지난해 말 카드사 8곳의 카드모집비용은 6270억원이다. 같은 기간 3009억원 감소했다.
카드모집인이 이탈하는 흐름이지만 감소세는 둔화할 전망이다. 불완전판매나 부정영업, 미등록 모집 활동 등 감독 범위 밖에서 영업을 영위하지 않는 이상 자격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농어촌 지역의 경우 온라인을 통한 신용카드 가입이 익숙지 않은 형편이다. 서울과 수도권, 지방 도시를 제외하면 모집인의 영업 활동이 요구된다. 소수의 '영업왕'만 생존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영업왕의 생존 비결을 두고 '지역에서의 소통'이라고 입을 모은다. 카드사별로 모집인이 청취한 소비자 의견을 별도로 수집하지만, 개인의 영업력에 따라 가입의 당락이 결정되는 만큼 별도의 지원도 없는 실정이다. 지역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하는 전통적인 영업 방식에 능통한 모집인만 생존하고 있는 것이다.
모집인들은 일반적으로 은행 지점 등에 협조를 구하고 대기하는 고객에게 카드 상품을 설명한다.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해 복잡한 신용카드 혜택을 어르신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역량도 필요하다. 은행지점이 없는 비(非)지주계열 카드사의 경우 모집인을 통한 가입 비중이 낮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점진적으로 카드모집인은 감소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보험영업 대비 낮은 수준의 수당과 높아진 진입장벽 때문이다. 보험영업과 달리 상품 유지기간 장기화에 따른 추가 급여도 없다. 특히 대부분의 카드사는 현재 별도로 모집인을 공개채용하지 않고 있다. 기존모집인의 추천이 아니면 전담 모집인으로 취업하기도 어렵다.
업계는 아직까지 별도로 모집인을 공개채용할 계획은 없다는 설명이다. 온라인 중심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제는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카드사로 바로 유입될 수 있도록 유인책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온라인 환경이 익숙치 않은 분들은 은행 창구 등을 통해서 신용카드를 발급하기도 하지만 은행과 카드사가 별도로 운영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아직까지 카드모집인이 필요한 환경은 분명하게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