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美 보조금 종료 앞두고 ESS로 돌파구 찾는다
  • 황지향 기자
  • 입력: 2025.09.01 10:52 / 수정: 2025.09.01 10:52
오는 30일 IRA 세액공제 조기 종료
업계, 북미 전시회서 ESS 신제품 공개
"ESS, 드론, 휴머노이드 기회"
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청정에너지 전시회 RE+ 2025에 참가해 업계 최초로 북미 현지에서 생산되는 각형 폼팩터 기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실물로 공개한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LG에너지솔루션 제공
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청정에너지 전시회 'RE+ 2025'에 참가해 업계 최초로 북미 현지에서 생산되는 각형 폼팩터 기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실물로 공개한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미국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이달 말 종료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전면에 내세워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전기차 중심의 수요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 등으로 성장세가 가파른 ESS 시장을 차세대 먹거리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청정에너지 전시회 'RE+ 2025'에 참가해 업계 최초로 북미 현지에서 생산되는 각형 폼팩터(form factor) 기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실물로 공개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미시간 공장에서 업계 최초로 ESS용 파우치형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고, 이번 전시에서는 북미에서 생산될 예정인 각형 LFP 제품을 공개해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시 주제를 '원스톱 ESS 설루션'으로 정하고 설계부터 생산, 운송,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 경쟁력을 내세운다. 전력망용 JF2 AC/DC 링크 시스템, AI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UPS 배터리, 주택용 ESS 모듈 등 다양한 설루션을 제시하며 북미 시장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삼성SDI도 같은 전시회에서 '올 아메리칸, 프루븐 앤 레디'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신제품을 공개한다. 20피트 컨테이너형 일체형 ESS 설루션인 SBB 시리즈의 최신작 SBB 1.7과 LFP 기반 SBB 2.0이 첫선을 보인다. SBB 1.7은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 밀도를 17% 높였고, SBB 2.0은 가격 경쟁력과 장수명을 동시에 확보했다. 두 제품 모두 화재 안전성을 강화한 함침식 소화 기술(EDI)을 적용했다. 삼성SDI는 이 외에도 유럽 전시회에서 혁신상을 받은 UPS 신제품과 열전파 차단 기술을 소개하며 북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SK온은 미국 조지아 단독공장(SKBA)의 일부 설비를 ESS 생산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는 합작 공장에서 맡기고, 단독 공장은 ESS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기업들이 일제히 ESS에 주목하는 것은 미국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노후 인프라 교체, 재생에너지 확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미국 ESS 시장이 올해 36억8000만달러에서 2030년 50억9000만달러로 연평균 6.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8~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청정에너지 전시회 RE+ 2025 삼성SDI 전시장 조감도. /삼성SDI
오는 8~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청정에너지 전시회 'RE+ 2025' 삼성SDI 전시장 조감도. /삼성SDI

정책 환경도 국내 기업들에 우호적이다. 미국은 중국산 ESS 배터리에 이미 40.9%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무역법 301조 관세 인상으로 58.4%까지 올라간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중국산을 대신해 한국산 ESS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전기차 배터리는 세액공제 폐지로 수요 위축이 불가피해 ESS가 사실상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개정하면서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를 이달 말 종료하기로 했다. 전기차 보조금과 같던 세액공제가 없어지면 전기차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고, 전기차와 함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요 역시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도 ESS를 비롯한 새로운 수요처 발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감세법 시행으로 한국산 배터리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며 "국내 배터리 업계는 ESS, 드론, 휴머노이드 로봇 등으로 새로운 수요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 독일·프랑스·네덜란드가 보조금을 축소한 결과 한국산 배터리의 EU 시장 점유율은 2022년 63.5%에서 지난해 48.8%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저가 제품을 앞세워 34.0%에서 47.8%까지 치고 올라왔다.

보고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전기차 외 영역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양광과 풍력은 청정전력 투자세액공제에서 제외되지만 ESS는 해당돼 보조금 축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세계 ESS 시장 규모는 2023년 44GWh에서 2030년 506GWh로 커질 전망이며 특히 미국은 노후 전력망 교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로 가장 빠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군용 드론 확산은 경량·고밀도 배터리 수요를 늘리고,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인간형 로봇 상용화는 휴머노이드 전용 고성능 배터리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미중 간 휴머노이드 기술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강점을 지닌 배터리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을 확대해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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