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독과점을 막으려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규제가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고 안전 운항까지 영향을 준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종사들은 오는 5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국회에서 시위를 예고했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오는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주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장 인근에서 피켓 시위를 열 계획이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피켓 시위를 하거나, 국회 내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또한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이날부터 오는 4일까지 주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피켓 시위를 벌인다. 오는 10일에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도 집회를 열 계획이다.
앞서 공정위는 2022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당시 공정위는 노선별·분기별·좌석 등급별 평균 운임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운임 대비 물가 상승률 이상 인상을 금지했다. 또 노선별 공급 좌석 수 2019년 수준 일정 비율 미만 축소를 금지했다.
하지만 2019년 대비 현재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이전에는 인기 노선이었던 인천~괌 노선이 최근에는 환율 부담 등으로 많은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해당 노선 여객 수는 지난 1~8월 37만8268명을 기록해, 2019년 동기 대비 절반에도 못 미쳤다.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비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는 인천~괌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 계열 LCC는 노선을 늘리고 있다. 항공업계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 통합 FSC 독과점을 제한하려던 제재가 오히려 LCC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제주항공은 최근 오는 10월 26일부터 내년 3월 28일까지 인천~괌 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규모로 판매했던 특가 항공권을 취소하면서 이용객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10월 20일부터 11월 15일까지 인천~괌 노선을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대한항공 계열 LCC 진에어는 지난달부터 인천~괌 노선을 증편했다. 아시아나 계열 에어서울도 오는 10월 26일부터 인천~괌 노선 운항을 재개한다. 수익성에 의문이 있는 인천~괌 노선에 대한항공 계열은 공급을 늘리는 반면 비대한항공 계열은 운항을 중단하는 셈이다.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시장 왜곡뿐 아니라 안전 운항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재와 인력 여건이 녹록지 않은 일부 LCC가 공급 좌석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취항하면 승무원 근로 환경 저하되고, 안전 운항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공정위는 시장 경쟁 체제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시하고 국민 권익을 보장해야 하는데, 공정위 조치가 국민 권익에 반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라며 "통합 대한항공 출범에 따라 공정 경쟁을 유도하고자 하는데 오히려 LCC 경쟁력을 죽이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양한 여행 상품을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사양길에 있는 괌 노선에 물량을 투입하는 것 자체가 국민 선택권을 반하는 것일 수 있다. 2019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투입되는 승무원 피로도도 높은 상태"라며 "결국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괌 노선이 계절성을 띠는 노선이고, LCC들은 다른 노선 대비 인기가 없는 점을 고려해 생존을 위해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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