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가 가장 절실히 원하는 건 '생활비'다. 길어진 기대수명만큼 은퇴 후에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필요하지만 이들의 자산 대부분은 부동산에 묶여 있어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하다. 이에 하나금융그룹은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도 가입할 수 있는 '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을 제시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2063년 90.5세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년은 여전히 60세 수준에 머물고 있고, 실제 가장 오래 일한 직장에서의 평균 퇴직연령은 49.4세에 불과하다. 특히 베이비부머는 자산은 있지만 소득은 없는 전형적인 '유동성 부족' 세대로, 보유 부동산을 기반으로 노후에 필요한 생활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60대 이상 가구가 보유한 전체 자산 중 79%는 부동산이다. 은퇴 이후 매달 들어오는 급여는 사라지는데, 현금으로 쓸 수 있는 자산은 부족한 구조다. 자녀와 동거를 기피하고 독립적인 거주를 원하지만, 그렇다고 주택을 팔아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쉽지 않다.
하나금융연구소가 금융자산 1억원~10억원을 보유한 50~64세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8.5%가 '은퇴 후 재정상태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중대한 질병 발생(54.2%), 생활비 부족(47.4%)에 대한 우려가 컸으며, '노후 준비가 안 돼 있어 불안하다'는 응답도 39.4%에 달했다.
은퇴 후 현금흐름 설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응답은 71.1%였으며, 특히 실거래가 17억원 이상의 고가 부동산을 보유하면서도 금융자산은 3억원 미만인 시니어층의 경우 이 비중이 89.5%까지 치솟았다. 이들은 대출이 남아 있는 경우도 많아 상대적인 불안감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령층이 보유 주택을 매각하지 않고도 노후 자금을 확보하고자 하면서, 부동산 소유권을 유지한 채 연금을 받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고가 부동산 보유자의 경우에도 주택연금에 가입하겠다는 응답은 43.6%, 17억원 미만 부동산 보유자는 58.5%에 달했다. 특히 은퇴 후 일정 연령이 지나면서 자산 가격이나 다른 요인에 상관없이 주택을 활용한 현금흐름 확보 방안을 적극 고려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기존 공적 주택연금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은 공시가격 12억원 이하의 주택에만 가입이 가능하다. 또 민간 역모기지론은 대출 성격이 강하고, 소득에 따라 실행 가능 금액이 제한되며, 종신형 보장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제약을 보완해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5월 '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을 출시했다. 공시가격 12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도 대상에 포함되며,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이 상품은 현재 하나은행과 하나생명이 유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이 상품은 은퇴한 시니어가 본인의 집에 계속 거주하면서도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배우자가 동일한 연금액을 계속 수령하며, 부부 모두 사망한 경우에는 주택을 처분해 잔여 자산을 상속인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만약 주택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상속인에게 손해를 청구하지 않는 '비소구' 방식이라는 점에서 매력도가 높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이미 많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은퇴 후 생활비 마련이 시급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부동산 자산의 유동화 수단으로 '내집연금' 같은 상품을 현실적인 해법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