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EU 규제·노란봉투법…철강업계 '첩첩산중'
  • 황지향 기자
  • 입력: 2025.09.01 00:00 / 수정: 2025.09.01 00:00
노란봉투법 첫 고소…원청 책임 현실화
美 50% 관세·EU CBAM, 수출 경쟁력 흔들
포스코·현대제철, 공급망 다변화·현지화 속도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짜 사장 현대제철은 비정규직과 교섭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짜 사장 현대제철은 비정규직과 교섭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의 50% 관세 부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예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등 대내외 변수가 겹치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 규제와 노조 리스크까지 이어지자,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최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안동일 전 대표이사 등 3명을 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현대제철이 다년간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사실상 직접 고용 형태로 사용하면서도 교섭을 거부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지속해 왔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 이후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직접 법적 조치를 취한 첫 사례다. 노란봉투법은 △하청·간접고용 노동자의 단체교섭권 보장 △플랫폼·특수 형태 근로자의 단결권 보장 △쟁의 범위의 경영상 결정 확대 △쟁의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원청이 '실질적 사용자'로 간주되면서 책임이 대폭 강화됐다는 점에서 재계가 우려해 온 파장이 현실화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대외 변수도 철강업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부과하던 25% 관세를 50%로 상향했고, 6월에는 적용 품목을 파생상품 400여종으로 확대했다. 강화된 보호무역 기조가 한국산 철강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억8341만달러로 집계됐다. 2021년 3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저치로 전년 동기(3억8255만달러) 대비 25.9% 줄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대미 수출 여건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등 자체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라며 CBAM 역시 부담 요인이지만, 수년 전부터 대응 준비를 해온 만큼 제도 시행 초기에는 일정 부분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철강업계 관계자는 "대미 수출 여건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등 자체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라며 "CBAM 역시 부담 요인이지만, 수년 전부터 대응 준비를 해온 만큼 제도 시행 초기에는 일정 부분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EU가 내년부터 시행할 CBAM도 철강업계에는 부담이다. 현재 과도기 단계에서 철강을 포함한 6개 품목에 대해 생산 시 배출되는 탄소량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배출량에 대한 제3자 검증과 인증서 구매·제출 의무가 추가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철강업계가 CBAM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2026년 851억원에서 2034년 55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대미 수출 여건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등 자체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라며 "CBAM 역시 부담 요인이지만 수년 전부터 대응 준비를 해온 만큼 제도 시행 초기에는 일정 부분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대외 환경 속에서 주요 철강사들은 자체 경쟁력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 등 각자도생 전략에 나서는 모양새다. 포스코는 호주 퍼스에 핵심 자원연구소를 설립해 리튬 직접추출(DLE) 기술 실증 사업에 착수하고, 와이알라 제철소 인수를 검토하는 등 원료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인도·미국·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오는 2035년까지 해외 조강 생산 능력이 1700만톤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제철도 북미 현지 전기로 제철소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현지 법인을 세운 뒤 이달 말까지 주설비 입찰을 마무리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원자력 소재 공급사 품질 인증을 획득해 고부가 시장 진출 기반을 확보했다.

한편 업계는 국회 논의 중인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 전환 특별법)'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법안에는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 △녹색 철강 특구 지정 △세제·재정 지원 △불공정무역 대응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업계는 이를 통해 산업 구조 개선과 친환경 전환을 동시에 추진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스틸법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구조 개편을 추진할 때 불필요한 규제 충돌을 최소화하고, 녹색 철강 기술 개발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라며 "제정이 이뤄진다면 산업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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