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우지수 기자] 식품업계가 스크린을 무대로 한 영화 마케팅에 속도를 낸다. 단순히 제품을 알리기만 하는 협업을 넘어 문화 경험과 엮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새 제품을 알리고 싶은 식품회사와 관객이 줄어든 영화관이 서로 손을 잡으면서 새로운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오비맥주 한맥은 최근 영화제를 중심으로 후원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단독 후원에 이어 오는 9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다. 영화 현장에서 '일상 속 여유'를 주제로 다양한 연령대 관객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방식이다. 현장에서는 개·폐막 리셉션과 야외 상영 행사에 맞춘 시음 이벤트, 굿즈 증정 부스 등이 운영된다.
한맥은 또 다른 시도로 OTT 플랫폼 왓챠와 손잡고 '수요 한맥회'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바쁜 일상 속 수요일 저녁, 영화를 감상하며 맥주를 즐기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참여자에게는 전용 거품기와 메가박스 티켓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열렸다. 영화제를 넘어 OTT와 영화관을 아우르는 협업으로 맥주 브랜드의 생활밀착형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롯데웰푸드는 아예 자체 제작한 영화를 극장에 선보였다. 최근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한 영화 '식사이론'은 직장인 '경수'가 전설의 치킨 레시피를 얻으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코미디 작품이다. 식사이론은 롯데웰푸드의 간편식 브랜드 이름으로 간접 광고를 넘어 브랜드 메시지를 콘텐츠에 직접 녹여낸 사례가 됐다. 극장 매점에서는 영화와 연계한 신메뉴 3종도 출시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브랜드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제작해 극장에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식품업계에서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마케팅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워홈은 메가박스와 손잡고 영화관 전용 간편식 '메가밥스'를 출시했다. 떡볶이·파스타·함박스테이크 도시락을 영화 상영 전후에 따뜻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기획한 메뉴다. 앞서 CJ제일제당도 CGV와 협업해 '씨네밀' 브랜드를 운영하는 등 극장 내 먹거리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식품업계가 영화관을 주목하는 이유에는 소비자 접점 확대가 있다. 마트나 편의점 진열대를 넘어, 다양한 연령층이 모이는 극장에서 브랜드를 체험하게 함으로써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영화관은 제품만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먹고 즐기는 경험 자체로 이어질 수 있어 체험형 마케팅 무대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장업계 역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관 관객 수는 1억2313만명으로 팬데믹 이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티켓 매출만으로는 수익성 개선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극장업계는 간편식·굿즈·특별관 등 부가 콘텐츠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극장은 다양한 소비층이 모이는 생활·문화 공간"이라며 "식품업계 입장에서는 일상과 다른 경험을 제공하며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며 "극장이 관람 공간에서 소비·문화 체험 공간으로 재편될수록 실험적 협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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