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결렬된 면세점 임대료 협상…신라·신세계 인천공항 철수하나
  • 문은혜 기자
  • 입력: 2025.08.29 00:00 / 수정: 2025.08.29 00:00
인천공항과 신라·신세계 면세점 임대료 협상 결렬
소송 vs 면세점 철수 갈림길…신라·신세계 선택에 업계 주목
신라·신세계면세점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임대료 조정이 결렬됐다. 사진은 인천공항 면세점 전경. /뉴시스
신라·신세계면세점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임대료 조정이 결렬됐다. 사진은 인천공항 면세점 전경. /뉴시스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적자 누적을 이유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며 법원 조정 절차에 들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공사가 2차 조정 기일 참석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협상이 결렬된 것이다. 법원은 조만간 강제조정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어 결국 공사와 면세점의 법정 소송 또는 면세점 공항 철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28일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청구한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인하 2차 조정기일을 열었으나 공항공사 측에서 참석하지 않으면서 조정이 결렬됐다. 이에 법원은 조만간 강제 조정안을 내겠다고 밝혔으나 강제력은 없는 상황이다.

공사 측은 이미 조정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왔다. 국제입찰을 통해 체결된 계약인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임대료를 변동하는 것은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임대료 조정을 수용할 경우 업무상 배임 등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법원의 조정 결렬로 이번 건은 소송으로 가거나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철수하는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전망이다.

면세점 측은 일단 강제 조정안이 나오면 이를 검토한 뒤 이후 전략을 고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갈등은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 내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40% 인하해 달라는 조정 신청서를 내면서 시작됐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지난 2023년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공개입찰에서 DF1(화장품·향수), DF2(주류·담배)를 각각 여객 1인당 8987원, 9020원에 따냈다. 이는 공사가 제시한 최저 수용액 대비 각각 68%, 61% 높은 수준이었다. 인천공항 임대료는 공항 이용객 수에 임대료가 연동되는 방식으로, 면세점이 입찰 때 제시한 여객 1인당 수수료에 인천공항 여객 수를 곱해 임대료가 결정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공항 이용객들의 쇼핑 패턴이 바뀌고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줄어들면서 면세점들이 매출에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공항 이용객 숫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면세점을 이용하는 수가 감소하면서 매출 대비 임대료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현재 신라·신세계면세점은 매달 60억~80억원의 적자를 보면서 월 300억원의 임대료를 인천공항에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들은 누적 적자에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호소한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적자가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경우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까지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면세점을 폐점할 경우 1900억원 수준의 위약금이 발생해 부담이 상당한데다, 이들의 빈 자리를 다른 경쟁사가 낮은 임대료로 입점할 수 있어 고민이 큰 상황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철수할 경우 지난 2023년 당시 입찰에서 떨어진 롯데면세점이 재입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임대료는 기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3년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중국 CDFG 역시 인천공항 진입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 달 말부터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는만큼 이 분위기를 타고 한국 시장을 다시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법원의 강제 조정안이 나온 이후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어떻게 움직일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항공사와 소송을 이어갈 경우 임대료 부담이 크고 철수하면 약 1900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면세점 입장에서는 인천공항이 여전히 큰 수입원인 만큼 이번 조정 결렬로 면세점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와 신라·신세계면세점 간의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 기간은 오는 2033년 6월까지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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