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황준익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원가율(매출 대비 원가)이 90%를 넘어섰다. 건설 경기 침체와 원자재가, 인건비 등이 상승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건설업계의 중대 재해가 잇따르자 정치권에서는 매출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법안까지 추진하고 있어 건설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0대 건설사(삼성물산 제외)의 평균 매출 원가율은 91.3%로 집계됐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의 매출원가를 공개하지 않는다.
원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포스코이앤씨로 95.4%에 달했다. 이어 롯데건설(94.5%), 현대건설(93.5%), 현대엔지니어링 93.0%, GS건설(90.6%), SK에코플랜트(90.8%) 순이었다. 대우건설 88.5%, DL이앤씨 88.2%, HDC현대산업개발 87.7%는 80%대를 기록했다.
원가율은 매출에서 원자재가, 인건비 등 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업계에선 80%대를 적정 원가율로 보고 있다. 원가율이 오른 데는 인건비를 비롯한 공사비 급상승이 주원인을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7로 2020년 100 기준으로 30% 넘게 올랐다. 2~3년 전에 수주했던 공사현장의 준공 시기가 도래했지만 그 사이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건설사는 공사비를 올리지 못하면 손해를 떠안게 된다.
대형 건설사들마저 원가율이 치솟으면서 건설업계 상황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중대재해에 따른 처벌 강화도 부담이다.
특히 가장 우려하는 것은 과징금 규모다. 지난 6월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에 연매출 3%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1년 이하의 영업정지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대형 건설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3% 안팎이란 점을 감안하면 한 해 영업이익을 전부 과징금으로 내게되는 셈이다. 실제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은 9조2000억원이다. 3% 과징금을 낼 경우 2760억원을 내야 한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1200억원 보다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업황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1~2%밖에 나지 않는 상황에서 건안법이 통과된다면 대부분의 건설사 영업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하청, 재하청 업체에도 영향을 미처 국내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원인보다 처벌을 피하는 방안에 더 집중한다"며 "현장과 인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중대 재해 근절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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