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올해 들어 삼성페이 결제 오류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애플페이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지 2년이 지난 만큼, 결제시장의 갈라파고스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삼성페이에서 신한카드 결제가 약 50분간 지연됐다. 이틀 전인 22일에도 현대카드 결제 오류가 발생했다. 원인은 목동 전산센터와 현대키드간 회선 불안정 등이다. 이달 두 차례 장애를 포함하면 올해 들어 네 번째다.
삼성페이 장애가 잦아지면서 애플페이 확산을 바라는 소비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만 2023년 3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한 이후 신규 카드사의 참여는 멈춰 있다. 지난해 신한카드·KB국민카드 진입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됐다.
문제는 애플페이 진입 지연으로 국내 결제시장의 고립 현상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애플페이는 도입 초기 '메기 효과'가 기대됐지만 여전히 대형 가맹점을 제외하면 사용이 제한적이다. 밴(VAN)사들이 NFC 단말기 보급에 힘쓰고 있지만, 기존 마그네틱 보안 전송 기술(MST) 단말기에 비해 확산 속도는 더디다. 삼성페이가 모든 카드 등록이 가능한 것과 달리 애플페이는 현대카드만 지원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수익성 부담도 카드사들의 발목을 잡는다. 애플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 마케팅 비용까지 고려하면 진입이 쉽지 않다. 신한카드처럼 14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대형사는 신규 유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가 더 부담스러워하는 대목은 삼성의 수수료 정책 변화 가능성이다. 삼성은 2015년 삼성페이 출시 이후 카드사에 별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갤럭시 스마트폰 판매를 견인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애플페이 확산으로 수요가 이탈할 경우 삼성도 수익모델 전환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카드사의 애플페이 진입이 늦어질수록 '결제시장 갈라파고스화'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시장이 NFC·QR 기반 간편결제를 확산시키는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소비자 편의성은 물론, 매년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 없는 여행'에도 걸림돌이 된다.
한 PG사 관계자는 "중국이나 동남아 관광객은 QR결제가 더 익숙하다"며 "지금 당장 결제시장 고립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지는 않겠지만, 점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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