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우지수 기자] 국내 유통시장에서 일본 브랜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때 반일 '노재팬' 운동으로 외면받았던 제품들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층을 넓히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 기업들이 편의점 디저트 직소싱, 패션 브랜드 독점 유통, 팝업스토어 운영, 일본 주류 라인업 확대 등으로 일본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편의점 업계다. CU는 일본 편의점 인기 디저트인 '홋카이도 수플레 푸딩'을 단독 직소싱해 16만 개 한정 판매했다. 세븐일레븐은 일본 제과사 후지야와 협업해 선보인 '저지우유푸딩'이 누적 100만 개 이상 팔리며 디저트 카테고리 1위를 기록했다. GS25가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와 손잡고 더현대 서울에서 선보인 팝업스토어에는 대기열이 길게 늘어섰고, 현지에서 판매하는 PB 상품을 자체 애플리케이션에서 예약 판매하기도 한다.
패션업계도 일본 브랜드로 눈을 돌렸다. 무신사는 베이프·와이쓰리·언더커버 등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의 국내 독점 유통을 확대하고 있으며 언더커버와 Y3는 더현대 서울에 첫 매장을 낸다. 현대백화점그룹 한섬도 일본 패션과 잡화 브랜드 50여 개를 대거 유치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굿즈 열풍도 뜨겁다. 롯데백화점은 포켓몬 팝업스토어를 확대 운영해 행사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늘었고 더현대서울의 일본 인기 만화 전문 굿즈 팝업스토어 '점프샵'은 원피스·하이큐·주술회전 등 만화 관련 상품을 판매하며 하루 4000명 이상이 몰렸다.
일본 주류와 뷰티 브랜드도 회복세다. 일본 맥주 수입량은 올해 상반기 4만3676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2% 성장한 양이다. 삿포로는 성수동에 해외 첫 매장을 열고 '삿포로 생맥주70'을 출시했다. 삿포로맥주 수입사 엠즈베버리지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60% 이상 늘어났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한때 매출이 급감했던 유니클로는 지난해 매출 1조601억원, 영업이익 1489억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매출 1조원대를 회복했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캔메이크도 올리브영에 재입점한다. CJ올리브영은 일본 '산리오' 캐릭터와 협업한 매장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일본 상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 인식은 불매운동이 확산됐던 시기와 크게 달라졌다. 과거 광복절 전후에는 일본 브랜드가 마케팅을 자제하고 소비자들도 구매를 꺼렸지만 지금은 지금은 탐색·경험 중심의 구매로 전환됐다. 오프라인 매장 방문뿐 아니라 SSNS·유튜브발 후기·언박싱 확산이 심리적 장벽을 낮췄다.
한국 상품 역시 일본 현지에서 인기를 얻으며 교류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국 화장품과 K-푸드, 캐릭터 상품은 일본 편의점과 돈키호테 등 드럭스토어에서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K-팝과 드라마의 영향으로 관련 굿즈 수요도 늘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의 한국 브랜드 열풍과 한국 내 일본 상품 인기가 맞물리며 양국 간 소비 트렌드가 상호 강화되는 '문화 교류형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 현지에서 유행한 상품은 한국에서도 빠르게 콘텐츠로 재가공돼 소비가 확산된다"며 "소비자 거부감이 줄어든 만큼 일본 브랜드와 협업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과 일본 간 여행 교류가 늘면서 인식이 달라졌다"며 "장인정신과 지역별 특색이 결합된 일본 제품이 섬세하고 다양하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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