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우지수 기자] 국내 식품업계가 K-소스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시장을 넘어 100조원대 성장이 전망되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는 분위기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소스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미래 먹거리로 소스를 낙점한 식품기업이 늘고 있다.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집밥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아졌고 간단히 맛을 낼 수 있는 소스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해외에서는 K-드라마와 K-팝 등 한류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소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으려는 소비자들이 늘기도 했다. 여기에 매운맛 열풍과 비건·할랄 인증, 저당·저칼로리 등 건강 트렌드가 맞물려 국내 소스 수출을 이끌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수출 통계로도 확인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 소스류 수출액은 지난 2016년 1억8961만달러에서 지난해 3억9976만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2억2189만달러를 기록하며 연간 4억달러 돌파가 전망된다. 글로벌 소스 시장 역시 오는 2028년 700억달러(약 101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식품업계는 소스 차별화 전략이 경쟁의 핵심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단순히 매운맛이나 편의성을 넘어 현지 식문화에 맞춘 맞춤형 레시피, 비건·할랄 인증, 퓨전 요리에 활용 가능한 협업 상품 등으로 연구개발을 거듭하고 있다.
소스 시장 공략의 선두 주자는 삼양식품이다. 대표 브랜드인 '불닭소스'를 앞세워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아시안 외식 브랜드 판다 익스프레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외식업체와 소비자 시장을 동시에 공략했다. 지난달에는 라면 스프 및 분말 소스 제조사 지앤에프를 600억원에 인수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규모 M&A도 단행했다. 삼양식품의 올해 상반기 소스·조미 부문 매출은 3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이상 증가했다.

대상은 오푸드(O'Food)를 통해 40여 개국에 500여 종의 소스를 수출하며 글로벌 입지를 확대했고 CJ제일제당은 저당 장류 '슈가라이트'로 웰니스 수요를 공략하며 영국 외식업체와의 협업에도 나섰다. 오뚜기 역시 기존 케첩·마요네즈에서 벗어나 허니머스타드, 스위트칠리 등으로 라인업을 넓히고 '라이트앤조이' 브랜드를 통해 저감화 제품군을 강화했다.
소스 시장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는 흐름은 프랜차이즈와 패션업계로도 번졌다. 더본코리아는 해외 시장을 겨냥한 B2B 소스 사업을 개발하고 현지 셰프와 유통사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QR코드 레시피 기능을 발표했다. 교촌치킨도 자체 소스 생산 자회사에서 간장·허니·레드소스 등을 수출하고 할랄 인증을 받아 중동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LF푸드는 시즈닝·소스 전문업체 '엠지푸드솔루션'을 500억원에 인수하며 식품 계열사와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
다만 업계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고 본다. 글로벌 소스 시장은 이미 타바스코, 굴소스 등 기존 자리를 잡고 있는 브랜드가 많기 때문에 한국 소스의 입지를 단기간에 넓히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류 열풍 등 수요 확대가 있음에도 원재료 가격 변동과 국가별 식품 규제, 현지화 실패 위험은 여전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스류는 집밥 선호 확산, 웰니스 소비, 한류 열풍 등 여러 요인이 결합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다양한 기업이 뛰어들고 협업도 활발해지면서 K-소스가 라면 이후 새로운 대표 수출 품목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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