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신용카드사들이 '어른이(어른+어린이)' 소비층을 겨냥한 캐릭터 마케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이돌·애니메이션 등과 협업해 한정판 카드를 출시하며 '팬심'을 공략했지만, 업황 악화 속에서 다시 혜택 중심 전략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카드 스티커 등 대체재 확산도 캐릭터 카드의 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지난 5월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캐릭터를 활용한 'KB 틴업 체크카드'를 내놨다. 편의점·문구점·독서실 등에서 청소년 맞춤형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어 지난 7월 우리카드는 밴드 'QWER'와 협업해 청소년용 '우리 틴틴카드'의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캐릭터 마케팅 대상이 성인층에서 청소년층으로 옮겨간 셈이다.
앞서 카드사들은 아이돌이나 인기 캐릭터를 앞세워 한정판 카드를 출시해왔다. '비씨 블랙핑크 카드', 'KB 리브 Next카드 에스파 에디션', '망곰이·짱구·펭수·도라에몽 카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별도의 캐릭터 상품이 출시되지 않고 있다. 소장 가치는 높았지만 실질적인 사용 실적 확대와 수익성 제고에는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업계는 캐릭터 카드를 주력 마케팅 수단으로 삼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당초 '잘파세대' 및 'MZ세대'를 확보하겠단 취지였지만, 젊은층 소비자는 유입만큼 이탈도 쉽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품 개발에 수개월과 제휴 비용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용카드를 쓸 수 없는 청소년층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범위가 제한돼 캐릭터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를 제외하면 신용카드에 캐릭터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기존 카드에 단순히 캐릭터를 덧씌우는 방식은 홍보 효과가 제한적이다. 신한카드가 2023년 선보인 '건담 신한카드'는 건담베이스 직영점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2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캐릭터를 PLCC에 접목해 제휴사와 비용을 분담하면서 지속성을 확보한 사례다. 마케팅 비용을 제휴사와 공동으로 부담하는 만큼 역마진 우려도 낮다.
스티커 상품의 확산도 변수다. 최근에는 팝업스토어나 온라인에서 별도의 신용카드 스티커를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굳이 캐릭터 카드를 발급받을 이유가 줄었다. 개성을 중시하는 10~30대가 금융소비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디자인보다 혜택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내수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할인·캐시백 등 본연의 혜택 강화와 건전성 개선, 점유율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캐릭터 카드가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미래 고객 확보에 의미는 있지만, 업계 전반적으로는 보수적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캐릭터 카드는 매니아층의 눈길을 끌고 선택지를 넓히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PLCC처럼 비용 부담이 적은 영역에서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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