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한도 없습니다"...대출규제 비웃는 강남 재건축 논란 확산
  • 황준익 기자
  • 입력: 2025.08.20 11:02 / 수정: 2025.08.20 12:57
건설사 추가이주비 혜택 경쟁 확대
'대체주택' 매입도 가능…6·27 대출규제 역행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00%를 넘는 수준의 한도 없는 추가이주비 제안이 나왔다./황준익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00%를 넘는 수준의 한도 없는 추가이주비 제안이 나왔다./황준익 기자

[더팩트|황준익 기자]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건설사들이 추가이주비 대출로 대체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제안하며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고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겠다며 내놓은 6·27 대출규제 취지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S사는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조합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α 수준의 한도 없는 추가이주비를 제안했다.

재건축 수주 경쟁을 벌이는 경쟁사가 LTV 100%의 이주비를 제안한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또 조합원들에게 추가이주비를 통해 대체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비는 기본이주비와 추가이주비로 구분된다. 기본이주비는 조합원이 주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LTV 50~70% 기준으로 대출을 받는다. 기본이주비로 이주가 어려우면 통상 시공사는 조합원에게 추가이주비를 제공한다. 건설사가 조합에 자금을 빌려주면 조합이 조합원에게 대출해 주는 방식이다. 추가이주비는 6·27 대출규제에 적용받지 않는다.

정부는 기본이주비를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의 경우 LTV 50%면 10억원 이상 이주비 대출이 나온다. 강남에서는 최대 6억원의 기본이주비만으로 이사가 어려운 만큼 건설사들이 추가이주비 혜택을 확대하는 이유다.

문제는 건설사가 제공하는 추가이주비가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6·27 규제 취지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기본이주비를 제한해도 건설사의 추가이주비를 통해 이주하려는 집을 구매하는 일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추가이주비를 재건축 수주전 무기로 삼은 것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재건축 시장 관계자는 "이주하고 나서 새집으로 입주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전세계약을 갱신하는 등 주거안정 측면에서 대체주택 구매가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며 "다만 기존주택보다 비싼 주택을 그냥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건 부동산 투기를 제도적으로 허용한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들도 저리로 추가이주비를 제공하지만 결국 공사비에 녹여 넣을 것이다. 조삼모사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재건축 시장에서 추가이주비를 터무니없이 제안하는 것에 대한 제재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이주비 금리 외에는 법적으로 한도를 규정한 게 없다"고 말했다.

추가이주비와 관련해 S사 측은 "개포우성7차 입찰제출 마감일은 6·27대책 발표 이전인 6월 19일로 당사는 해당 마감 시점을 기준으로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며 "추가이주비 조건은 한도 없이 지급하겠다는 것이지 무담보 무제한 지급의 의미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 한 명의 조합원이라도 이주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도를 열어놓은 개념으로 지연 없는 빠른 사업추진을 위한 것"이라며 "대체주택 제도에 관해 설명해 드렸을 뿐 (구매를) 권장할 수도 없고 시공사 입장에서 그럴만한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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