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카드업계가 수수료율 인하와 교육세 인상 등 연이은 규제 부담에 직면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사업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영세 자영업자(연매출 1000억원 미만 가맹점)에 적용되는 국세·지방세 납부용 카드 수수료율을 신용카드 0.8%에서 0.4%로, 체크카드는 0.5%에서 0.15%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산 시스템 구축 등 과정을 거쳐 연말부터 수수료율이 인하될 전망이다.
다만, 카드사들은 이번 조치가 영업수익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카드의 신판 잔액 가운데 국세·지방세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상반기 주요 9개 카드사의 국세·지방세 신용카드 승인잔액은 14조6345억원으로 전체 법인카드 사용액 대비 비중은 제한적이다.
업계는 국세·지방세 영업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을 보수적으로 산정하면 각 사별 수십억원 안팎이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올 상반기 가장 높은 영업수익을 거둔 신한카드(3조2357억원) 기준으로 수십억원이 감소하더라도 0.1~0.3%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세·지방세 납부용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소상공인 부담을 낮추는 데 동참하겠단 의견이다.
문제는 '누적 부담'이다. 지난 2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이어 영업수익 1조원 이상 금융사에 대한 법인세율이 1%포인트 높아졌다. 여기에 정부가 교육세 인상안을 논의하면서 카드사들의 세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기획재정부에 과세 구간 세분화와 과세표준을 영업수익이 아닌 순이익 기준으로 전환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신한카드가 가장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상반기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영업수익을 달성하면서 교육세 부담이 커졌고 법인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어서다. 다만, 법인카드로 승인한 국세·지방세 잔액은 7040억원으로 업계에서 두 번째로 낮은 만큼 소득 감소분이 완화될 조짐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자체보다 반복되는 규제와 세제 강화가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영업수익이 큰 대형사일수록 부담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수익성 하락은 신사업 동력에도 제약을 준다. 올 하반기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가 카드론까지 확대되면서 카드사들의 대출 영업도 위축될 전망이다. 카드업계는 그간 인상된 조달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카드론 영업을 확대해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NH농협카드를 제외한 카드사 8곳의 카드론 수익은 13조2435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조3744억원 증가했다. 규제 강화로 카드론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업계는 결국 소비자·법인 대상 혜택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간 카드사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법인세에도 포인트를 제공하거나 할부 이벤트 등을 진행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수익이 감소한 만큼 포인트 적립, 할부 이벤트 등 각종 부가 서비스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그간 별도의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법인세를 신용카드 납부한 이유는 부수적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더 크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라며 "규제 강화로 혜택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고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 밴(VAN)사와의 분담 논의도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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