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글로벌 AI·반도체 패권 전쟁이 벌어지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처럼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맞춰 AI와 반도체, 기후에너지 전문가를 만나 3대 핵심 분야 미래전략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이번 만남은 TF미래전략포럼 개최 한 달여를 앞둔 7월 중순부터 차례로 이뤄졌습니다. <편집자 주>
"탄소중립은 저탄소 산업구조 및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저탄소경제체제로 전환할 때 지속가능경쟁력과 경제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이 글로벌 경제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택소노미(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을 분류하는 기준)를 자본시장의 저탄소 투자기준으로 제시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탄소중립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반드시 대응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된 셈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제1 과제는 무엇일지 의문을 안고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경영연구원에서 안윤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를 만났다. 안윤기 상무는 오는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리는 더팩트(TF)미래전략포럼에 'K-기후에너지 전략' 연사로 나설 예정이다. 1993년 말부터 2016년까지 포스코경영연구원에서 포스코그룹의 전략 수립 지원 및 산업계의 환경경영,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경영 전략 연구를 수행해왔다. 환경·에너지 국제표준, 기후변화협약, 탄소중립 등 국내외 환경 논의와 산업 환경·사회적책임 분야 정부정책 수립을 위한 자문에도 참여해오고 있다.
안 상무 역시 탄소중립 달성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그는 방법으로 '저탄소경제체 전환'을 제시했다. 안 상무는 "탄소중립은 기본적으로 저탄소 산업구조 및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며 "단순히 기존경제 및 산업체제 아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기술과 경영시스템으로 해결될 수 있는 요구사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탄소중립, 완전한 '산업 대전환'…국제표준 수립 필요
탄소중립은 기업의 단순 탄소배출 저감이 아닌 완전한 산업 대전환을 의미한다. 탄소감축에 투자한 기술 및 제품에 대한 대가(premium)를 지불하는 저탄소경제체제가 조성돼야 저탄소 상품이 팔리면서 수출입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지속가능한 경쟁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저탄소 산업구조 및 경제체제로의 전환이 지속가능경쟁력 및 경제적 수익 확보 측면에서 낫다는 게 안 상무의 판단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너무 높게 세우기보다는 합리적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목표치를 높게 잡으면 자칫 그린워싱이 될 수도 있어서다. 기존 산업을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해서 경쟁력을 유지하면 국민들이 먹고 살 수 있게 된다."
첫걸음은 온실가스 산정과 저탄소 기준에 대한 국제표준 수립이다. 안 상무는 "온실가스 산정 기준에 대해 합의된 기준이 없다 보니 감축 노력에 대한 각론도 제각각"이라며 "이미 UN기후클럽(UNFCCC)에서 철강업을 대상으로 국제표준 수립 논의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국제표준 수립이 전제돼야만 이를 바탕으로 저탄소 시장거래와 투자유치 촉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 '상호인정협정체제'로 저탄소제품 수출 길 열어야
국제표준 개발과 함께 저탄소 생산제품에 대한 검·인증 결과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길을 열어주는 것도 숙제다. 한국에서 생산된 저탄소 제품이 외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안 상무는 "글로벌기관이 지향하는 적합성평가체제 즉 '인정(Accreditation)-검·인증(Assurance·Certification)-적격성 기준(Qualification Criteria)' 등 삼위일체 체계가 국제표준 및 기준 개발과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주요 수출국 및 경쟁기업과 상호인정협정체제를 체결해 저탄소 제품의 수출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상호인정협정이란 상대국 공인기관의 제품인증 결과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유럽연합(EU)은 이미 프랑스, 독일 등 회원국과 상호인정협정을 맺고 회원국별 인정기구 간 동등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 저탄소시장 조성, 정부 지원 필요
저탄소시장 조성을 위한 정부 지원도 과제로 꼽힌다. 안 상무는 "저탄소 경제체제를 위해서는 저탄소 공정, 제품, 기술 등의 개발이 활발히 이뤄져야 하고 재정, 금융, 세제 개편을 통해 소요되는 자금의 유입이 원활해야 한다"며 "'추가성의 원칙'에 따라 저탄소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일본처럼 우리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탈탄소 정책을 앞당기기 위해 녹색전환(GX, Green Transformation) 채권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본 정부는 2023년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부터 10년간 20조엔(약 177조원) 규모의 GX채권을 발행한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향후 10년간 150조엔 규모의 GX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투자촉진을 위해 GX채권을 신설했다. GX채권은 탈탄소 이행에 소요되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되는 채권이다. 환경채권(그린본드)과 달리 원자력발전과 이산화탄소 저감기술도 투자대상에 포함한다.
이날 안 상무는 정부가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로 '에너지 가격 경쟁력 확보'를 꼽았다.
"탈탄소 및 AI시대 전력 사용 비중은 오히려 증대될 전망인 만큼 에너지 가격 수준이 국제경쟁력을 좌우한다. 에너지 안보와 현실적 탈탄소 이행을 위해 원전, LNG 등 모든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안 상무는 이번 TF미래전략포럼에서도 K-기후에너지의 현실을 진단한 뒤 미래 성장을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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