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라진 기자] 한국거래소가 국내 주식 거래 시간을 최대 12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원칙적으로 거래시간 확대에 동의하면서도, 전산 개발·인력 운용 부담을 이유로 '최소 변화'안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13일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거래소는 최근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와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회원사를 대상으로 거래시간 확대 설문을 발송해 의견을 수렴했으며, 이번 면담은 세부 방안을 논의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거래소가 제시한 안은 △정규장 개장 시각을 오전 9시에서 8시로 앞당기는 1안 △오전 8시부터 30분간 프리마켓 운영 후 시가 단일가 거래를 거쳐 정규장 개장(2안) △프리마켓 운영 후 호가를 정규장으로 넘기지 않는 3안 등이다. 세 안 모두 정규장 종료 후 오후 8시까지 애프터마켓을 운영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거래소의 주식 거래 시간 연장 추진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전산 개발과 인력 운용 문제를 고려해 1안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A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가 이미 운영 중인 상황에서 거래소의 연장 필요성에 의문이 있지만, 거래 종목이 확대되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수익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인력 운용 문제, 추가 전산 시스템 구축 등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B 대형 증권사 관계자 역시 "노무 문제와 고객 수용성을 고려해 1안을 선택했다"며 "거래시간 확대가 리테일 중심 증권사에는 호재지만, 전산 개발·인력 채용 등 초기 비용 부담은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C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전산 개발에만 최소 6개월~1년이 소요돼 현실적으로 1안이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사 역시 유연근무제 확대, 인력 재배치 등 운영 부담을 우려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관련 부서 근무시간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민원 증가를 최소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래시간 확대가 개인투자자 거래 활성화와 거래소 수익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거래 시간 확대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전산 인프라 구축과 인력 운용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성패를 가를 관건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거래소는 2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2안이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일 수 있으나 전산 개발과 운영 인력 부담이 커 현실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결국 시장 수요와 비용 부담 사이에서 거래소가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