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카드업계가 차기 트래블카드 마케팅 방향을 중장년층 고객 잡기로 낙점하는 분위기다. 환전, 입출금 수수료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워 MZ세대 고객을 대거 유치했지만, 정작 '큰손'으로 분류되는 시니어 고객의 가입률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판단에서다.
1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요 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NH농협카드)의 체크카드 해외승인잔액은 3조3454억원이다. 지난 2023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115.9% 증가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하늘길이 열리면서 카드업계가 여행객 중심 마케팅을 단행한 영향이다.
지난해 모든 지주계열 카드사가 트래블카드를 출시하면서 여행 업종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트래블카드를 출시한 곳은 하나카드다. 이달 트래블로그 서비스 가입자 900만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트래블카드 경쟁은 신한카드와 하나카드의 양강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이달 신한카드는 여행 관련 행사를 68개 운영하면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고, 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 전용 혜택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신한카드와 하나카드의 체크카드 해외승인 잔액은 각각 1조38억원, 1조4030억원이다. 카드사 중 상반기 체크카드 해외승인 잔액이 1조를 돌파한 곳은 해당 카드사 두 곳뿐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트래블카드 출시 1년이 지난 만큼 상품 홍보로 신규 회원을 모집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판단한다. 카드사 자체 여행 혜택 강화는 물론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결제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편의성 강화는 차기 과제인 중장년층 고객 확보를 위한 초석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카드 자체 기능에서 차별점을 두기 어려운 만큼 신규 사업과 연계를 통한 새판짜기가 요구된다.
카드사가 중장년층 고객을 모집하려는 배경에는 수익성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체크카드의 경우 드사에 실익이 없고 환율 변동성폭이 커지는 시기에는 자칫 '역마진' 우려도 있다. 트래블카드 출시 후 신규회원 모집과 상표가치 제고에는 성공했지만, 해외신용판매 증가폭은 둔화하는 흐름이다. 지난 6월말 기준 카드사 9곳의 신용카드 해외승인잔액은 7조1076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369억원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체크카드 해외승인잔액은 8315억원 상승했다.
시니어 고객은 MZ세대와 비교하면 사용 잔액도 큰 편에 속하고 장기 이용 고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KB국민카드가 서울·경기·인천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경우 50%가 해외여행을 떠날때 신용카드보단 트래블카드를 사용하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50대는 기존에 사용하던 신용카드를 그대로 쓰겠다는 응답이 66.7%를 차지했다. 혜택이 좋더라고 복수의 카드를 사용하는 데 피로감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니어 고객 확보를 통해 연계 사업도 다채롭게 진출할 수 있다. 트래블카드의 수익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제휴 상품 출시를 통해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만큼 트래블카드가 'MZ세대만의 전유물'이란 인식을 탈피해야하는 시점인 것이다. 앞서 트래블카트를 필두로 제휴에 성공한 곳은 하나카드다. 지난해 1분기 CU편의점과 연계를 통해 도시락을 출시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의 경우 수익성이 전무할 뿐더러 카드 자체 기능으로 차별점을 두긴 어렵다"라며 "플랫폼 고도화 등 카드 뿐 아니라 전반적인 이용자 편의를 높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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