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자본확충의 그림자…6000억 이자 부담 어쩌나
  • 김태환 기자
  • 입력: 2025.08.12 11:00 / 수정: 2025.08.12 11:00
K-ICS 규제 대응에 자본성증권 발행…이자 규모 확대
자금조달 규제 완화 필요성도 제기
지급여력비율(K-ICS) 규제 대응으로 자본성증권 발행을 늘린 보험사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자 보험업에 대한 자본조달 규제를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챗GPT 생성 이미지
지급여력비율(K-ICS) 규제 대응으로 자본성증권 발행을 늘린 보험사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자 보험업에 대한 자본조달 규제를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챗GPT 생성 이미지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지급여력비율(K-ICS) 규제 대응으로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 발행을 늘린 보험사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기본자본 K-ICS 도입시 자본성증권은 산정에서 제외돼 사실상 이자 부담만 남고 규제 대응조차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에 대한 자본조달 규제를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성증권 규모는 5조22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발행 규모(8조3250억원)의 60% 수준이다.

보험사별로 보면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이 각각 8000억원 후순위채 발행, 한화생명과 KB손해보험 6000억원, 신한라이프와 한화손해보험 5000억원 등을 발행했다. 농협손해보험과 흥국생명은 각 2000억원, ABL생명 1500억원, IM라이프생명은 750억원 규모다.

이처럼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늘면서 보험사가 내는 이자도 불어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평균 후순위채 이자율은 5.6%로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4850억원의 이자가 부과된 것으로 나타난다.

올해는 금리가 다소 낮아졌지만 발행 규모 확대에 따른 총 부담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험사의 발행채권 이자는 총 1578억원으로 파악된다. 이는 전년동기(977억원) 대비 61.6% 늘어난 숫자로,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제공한 지난 2009년 이후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단순 계산상으로 올해 4분기가 지날 경우 6000억원에 육박하는 이자 부담이 전망된다.

보험업계에서 이자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K-ICS 규제에 대응해 후순위채 발행을 늘린 것이 반영됐다.

올해 1분기 생명·손해보험사의 전체 K-ICS비율은 197.9%로 지난 2023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200%를 밑돌았다. 일부 보험사는 금융당국의 당시 권고 기준(1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기본자본 K-ICS 도입 규제를 코앞에 두고 있다는데 있다. 기본자본 K-ICS에서는 손실 발생 시 즉시, 무제한적으로 손실흡수가 가능한 항목만 포함한다. 따라서 보통주, 이익잉여금, 자본잉여금이 기본자본(Tier 1)에 해당하며, 후순위채, 영구채, 조건부자본증권 등은 대부분 상환의무가 있거나, 손실흡수 시점·방식이 제한적이라 '보완자본(Tier 2)'으로만 인정된다.

기본자본 K-ICS 규제 도입이 본격화되면, 사실상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의 자본성증권을 통해 K-ICS를 방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보험사들의 부담을 완화하려고 금융당국은 하반기부터 킥스 권고 기준을 150%에서 130%로 완화하기로 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다는 지적이다.

기본자본을 늘리려면 본업의 수익성을 높이거나, 배당을 줄여 이익잉여금을 쌓거나,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 유치가 필요한데, 보험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선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K-ICS 기준을 맞추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이 많았던 보험사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여기에 기본자본 중심 규제까지 더해질 경우 이자부담은 그대로 있는 가운데 기본자본 확충에 대한 압박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보험업의 자본조달에 대한 규제를 일부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은행의 경우 예금, 콜머니, 양도성 예금증서(CD) 등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을 활용하지만 보험의 경우 규제로 인해 자본성 증권 발행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채권,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기업어음 발행 등 다양한 옵션을 쓰기 어렵다.

이에 현행법상 후순위채 발행 조건을 개선해 다양한 사업에 자금조달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문제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회사 자금차입 유연화 필요성 검토' 보고서를 통해 보험업권의 실질적 수요를 반영하여 자금차입 목적의 다양화 등을 포함한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보험사의 자본확충 규제가 완화되 있는 사례가 있다.

미국 뉴욕주의 경우, 주식보험회사, 상호보험회사, 보험협동조합은 자금차입 시 관련 목적과 요건이 법령에 규정되어 있으나, 차입 과정에서 회사 자산을 담보로 제공할 의무는 없다. 일본과 영국은 자금조달에 관한 특별한 법적 제한을 받지 않으며 필요에 따라 자본확충을 할 수 있다.

문제영 연구위원은 "재무건전성 충족 및 적정 유동성 유지 이외에도 해외사업 확대, 회사 인수 등 보다 다양한 목적의 후순위채권 발행을 허용함으로써 효율적인 자금차입을 유도할 수 있다"면서 "단, 제도의 안정성을 고려하여 해외사례와 같이 차입 목적 제한을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보험업권의 실질적인 수요를 반영하여 차입 목적의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관련 규정을 점진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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