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미국 의회가 지난해 무산된 '생물보안법'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 법안은 사실상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번에는 기업 지정 절차의 투명성을 보완해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바이오 업계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한국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과 게리 피터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최근 국방 세출 법안인 '2026년 국방수권법'에 생물보안법안의 내용을 포함해 상원에 발의했다. 현지에서는 이르면 9월 상원 심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생물보안법은 '우려 바이오기업'으로 지정된 외국 기업과 미국 기업과 미국 연방정부 및 연방 자금을 받는 기관의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상 기업이 제공하는 장비·서비스의 구매, 신규·연장 계약 체결, 대출·보조금 활용 조달 등이 모두 제한된다.
지난해 발의 당시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BGI그룹 등 중국 주요 위탁개발생산(CDMO) 및 유전자 분석 기업 5곳이 제재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지정 사유의 불투명성과 해제 절차 부재 등이 문제로 지적되며 연말 처리에 실패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지정 사실 통보, 국가안보·법 집행 범위 내 지정 사유 공개, 90일 내 이의제기 기회 부여, 해제 절차 안내 등 절차적 장치가 새로 담겼다. 지정 범위에는 중국 군사기업뿐 아니라 외국 적대국의 지시·통제를 받으며 바이오 장비·서비스 유통에 관여하는 기업과 그 계열사·모회사 등이 포함된다.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 관리예산국(OMB)은 발효 1년 내 지정 기업 명단을 발표한다. 기존 계약은 최대 5년간 유예되지만, 이후에는 거래가 불가능하다.
국내 업계는 법안 통과 시 중국 기업의 시장 공백을 메울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의약품 생산·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에스티팜 등 CDMO 역량을 갖춘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생산설비와 글로벌 제약사 네트워크를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항체의약품 생산과 함께 CDMO 사업 확대 중인 셀트리온, mRNA 원료·올리고핵산을 바탕으로 CDMO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에스티팜 등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관계자는 "미국 고객사 확보 경쟁과 미국 내 생산거점 확보, 규제 대응 속도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업체와 생산·연구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공급망 차질과 비용 상승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생산능력 확장, 품질 인증, 현지 네트워크 강화 등 선제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인도·유럽 등 글로벌 CDMO 기업들은 일찌감치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스위스 론자, 인도 주빌리언트 파르모바 등은 이미 현지 생산시설을 확충하며 고객사 확충에 나선 상태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미국에서 강력하게 추진되는 의약품 관세 부과, 약가 인하 정책에 더해 진행되는 생물보안법안 제정이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기업간의 경쟁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세심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