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마침표를 위한 국제사회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 수출 경험 기업 다수가 향후 시장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무역협회(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2일 발표한 '한-러 교역구조 변화와 향후 수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이후 수출을 중단한 한국 기업 79.2%가 향후 러시아 시장 재진출에 긍정적인 의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협은 2019~2022년 러시아 수출 경험이 있는 528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9일까지 조사를 벌여 보고서를 작성했다. 수출 재개를 희망하는 응답기업은 러시아 시장 회복 가능성(1위)과 기존 바이어의 요청 또는 관계 유지(2위)를 이유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러시아 수출은 2021년 100억달러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으나, 전쟁과 국제사회 제재 영향으로 지난해 45억3000만달러로 축소됐고, 같은 기간 수출기업 수도 4003개 업체에서 1861개 업체로 감소했다.
국제사회 제재로 전략물자뿐 아니라 일부 비전략물자까지 수출 통제가 확대 적용되며 상황허가 수출 통제 품목 수(지난 6월 기준)가 1431개로 늘어난 영향이다. 결제·통관·지재권·관세 등 러시아 측 조치로 교역 환경이 추가 제한됐다.
대러시아 수출 통제 대상 품목은 반도체·장비와 항공기 부품, 정밀 공작기계, 산업용 센서, 고성능 컴퓨터, 자동차(2023년 4월부터 5만달러 이상 승용차, 2024년 2월부터 배기량 2000cc 초과 차량) 등이다.
대러시아 수출 중단 업체는 러시아에 특화된 제품 특성과 정보 부족 때문에 대체 시장 발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수출 중단 기업 중 다른 국가에 진출한 비율은 37.2%에 그쳤다. 하지만 러시아 시장 회복 가능성에 응답 기업 51.8%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다만 기업들은 러시아 수출 재개 우려 요인으로 '결제·환율 리스크(69.9%·복수 응답)', '물류 및 운송환경(44.6%·복수응답)', '지정학적 불안정성(43.2%·복수응답)' 등을 언급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 지원을 요청했다.
업계가 필요로 하는 지원책으로는 '제재 관련 정보 제공(37.5%)'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이어 '금융·수출보험(22.9%)', '물류·통관 지원(18.9%)' 등 현장 애로 해소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서경 무협 수석연구원은 "전후 복원 수요와 인접 시장과의 연계 가능성을 고려하면 러시아는 놓쳐서는 안 될 시장"이라며 "복원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교역 재개 로드맵을 수립하는 한편 민관의 전략적 역할 분담과 협력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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