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만 봤는데…" 뛰는 삼성전자에 쏠리는 눈
  • 이라진 기자
  • 입력: 2025.08.11 11:12 / 수정: 2025.08.11 11:12
삼성전자, 7·8월 주가 상승률 20.07%
SK하이닉스, 외인 '팔자'세로 전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7월부터 이달 9일까지 20.07% 올랐다. /더팩트 DB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7월부터 이달 9일까지 20.07% 올랐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반도체 대장주 '투톱' 중 SK하이닉스에 쏠리던 시선이 최근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삼성전자를 향하며 시장 관심이 급격히 몰리는 모습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48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7만1800원)보다 0.84%(600원) 내린 7만1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차익 실현 매물 출회 영향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7만전자'에 복귀했으며, 7월부터 지난 8일까지 주가가 20.07% 뛰어 코스피 상승률(4.50%)을 크게 웃돌았다.

외국인 매수세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주식을 3조5278억원어치 순매도했지만, 7월부터 매수로 전환해 지난 8일까지 3조3443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2.16% 오르는 데 그쳤다. 이날 오전 10시 48분 기준 전 거래일(25만6500원)보다 3.31%(8500원) 오른 26만50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최준용 SK하이닉스 HBM사업기획 부사장이 전날(현지시간) 로이터 인터뷰에서 "AI 수요는 매우 확고하고 강력하다"며 AI용 특수 메모리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데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에만 SK하이닉스 주식을 1조8700억원 순매수했으나, 7월 이후 '팔자'로 돌아서 지난 8일까지 4267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로 인해 양사의 시가총액 격차도 확대됐다. 지난 6월 말 141조원이던 격차는 지난 8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425조원, SK하이닉스 186조원으로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 배경으로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대규모 계약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테슬라와 약 23조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고, 이달 7일에는 애플이 미국 오스틴의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이미지센서를 공급받기로 했다. 여기에 이재용 회장이 지난달 대법원에서 불법 승계 관련 최종 무죄를 받으며 10년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증권가의 시각도 긍정적이다. KB증권은 삼성전자를 반도체 업종 최선호주로 꼽으며 목표주가를 9만원으로 제시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올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고, HBM과 파운드리 부문이 기대로 전환됐다"며 "HBM4 샘플 인증과 엔비디아 HBM3E 공급, 테슬라 신규 수주 등으로 중장기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하반기 추가 상승 여부는 엔비디아에 대한 HBM 공급 성사 여부가 관건이라는 시각도 있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9월 발표가 예상되는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결과가 분기점"이라며 "내년부터 5·6세대 AI 메모리 납품이 확정돼야 경쟁력 회복에 대한 확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최근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위축됐다. 골드만삭스는 "HBM 경쟁 심화로 내년 가격이 10% 하락하고, 가격 결정권이 제조사에서 고객사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제는 SK하이닉스를 팔고 삼성전자를 살 시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미반영 호재에 민감하고, SK하이닉스는 미반영 악재에 민감해지는 변곡점에 진입했다"며 "외국인 매수세와 자사주 매입·소각 부활이 맞물린 삼성전자 매수가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100% 관세 부과를 언급했지만, 미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하거나 건설 중인 기업에는 면세 가능성이 높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미국에 팹을 건설 중이어서 관세 부담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raj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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