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산재 주의보' 발령…"사법리스크에 사업 전반까지 악영향"
  • 최의종 기자
  • 입력: 2025.08.11 10:53 / 수정: 2025.08.11 10:53
정부, 중대재해 강경 대응 기조…산업계 전반 안전문화 조성 '고삐'
이재명 대통령이 모든 산재 사망사고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포스코그룹을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자, 고강도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모든 산재 사망사고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포스코그룹을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자, 고강도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모든 산재 사망사고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업계 전반에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자, 고강도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 '산재 주의보'는 기업의 생존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모든 산재 사망사고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노동부에 산재사고 방지를 위한 현재까지 조치 내용을 오는 12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산업계 전반에 '산재 주의보'가 발령된 모양새다. 노동부에 조치 내용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점을 주목하며, 그간 발생한 산재에 대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등 조사 전반 사항을 챙기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한다.

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범위에 주목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 확보 의무 등 조치를 소홀히 해 중대한 산업재해나 시민재해가 일어나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법률이다.

노동부는 원하청 관계와 경영 책임자 책임 소재 등을 따진 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송치한다. 검찰은 기소 여부를 따진 뒤 재판에 넘긴다. 하청노동자 산재 발생 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원청 관계자가 기소되거나, 기업 총수까지 대상이 되는지가 쟁점이다.

기업 총수가 기소된 사례는 적다. 검찰은 2023년 3월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사고로 노동자 3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그룹 오너는 정 회장이 처음이다.

사법 리스크뿐 아니라 사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여러 차례 산재가 발생하자 전국적으로 모든 공사 현장 작업과 신규 인프라 수주 활동을 중단했다.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의 여러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당장 포스코이앤씨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포스코그룹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포스코그룹 제철소 플랜트 사업 등으로 성장한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초 포스코 3파이넥스 합리화(EPC)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9일 포스코이앤씨 현장을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연이어 사고가 발생한 것에 반성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이 지난 3월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그룹기술전략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포스코그룹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9일 포스코이앤씨 현장을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연이어 사고가 발생한 것에 반성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이 지난 3월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그룹기술전략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포스코그룹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7월 포스코 HyREX(하이렉스) 유동환원로 30만톤 시설설비 EP 사업도 수주한 바 있다. 하이렉스는 포스코가 보유한 파이넥스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철광석과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제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다. 그룹 '미래'까지 영향이 있는 셈이다.

포스코와 포스코이앤씨에서 올해 연이어 산재가 발생하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31일 장 회장 직속 안전특별진단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장 회장은 지난 9일 포스코이앤씨 현장을 방문해 TF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건설업계는 정부 강경 기조에 숨을 죽인다. 지난 8일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에 있는 DL건설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대통령의 모든 산재 직보 지시는 해당 사고 이튿날 나왔다. 다른 산업에 비해 사고 위험에 더 노출된 상황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조선업과 자동차, 비철금속 등 제조업 전반에서 산재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산재가 발생해도 수사와 재판에 물리적인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사업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다만 산업계 일각에서는 산재에 처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산재 자체가 한 요소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의 강경 기조로 인해 어려운 경영 환경 속 적절한 투자 시기를 놓칠 수 있는 점도 우려하는 요소다.

우선 현장은 안전에 고삐를 죄는 분위기다. 영풍은 지난 7일 봉화 석포제련소에서 안전 점검의 날 행사를 열고 전 임직원과 협력업체 대상 안전 문화 확산 캠페인을 전개했다. 현대로템과 현대제철은 함께 혹서기 노동자 안전을 위해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라 글로벌 통상 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적절한 투자 시기를 놓칠 수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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