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한림 기자] 이춘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 거래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그가 포트폴리오에 담은 네이버, LG씨엔에스, 카카오페이 등 코스피 3개 종목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종목은 공교롭게도 정부와 여당의 기술 정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공공 클라우드, 디지털 금융 등 차세대 혁신 기술들을 주력 사업으로 다루는 상장사다. 최근 코스피 호황에 정책 수혜주로 주목을 받았으나 '이춘석 테마주'라는 부정적 키워드로 묶이면서 변동성도 확대된 모양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네이버(NAVER)는 전 거래일 대비 1.51% 내린 22만8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일일 거래량은 107만여주로 전날보다 2배가량 거래량이 급증했으며 장중 등락을 반복하다 하락 마감한 결과다.
LG씨엔에스는 같은 날 무려 3.70% 급락한 6만7700원에 마감했다. LG씨엔에스의 약세는 2대주주인 맥쿼리프라이빗에쿼티(PE)가 보유 지분 일부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한 영향이나, 전날 일일 거래량(756만여주)이 10거래일 평균 거래량의 10배 이상에 달하며 시장 외적인 부분에 크게 흔들린 결과로 풀이된다.
카카오페이는 같은 기간 0.97% 오른 6만2400원에 거래를 마쳤으나 장 초반 급락하면서 변동성 확대를 예고했다. 카카오페이는 이날 오후 모회사인 카카오뱅크가 상반기 컨퍼런스콜을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권태훈 CFO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법제화를 앞두고 그룹 차원에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강보합권을 지켜냈다.
3사의 주가 흐름이 흔들린 배경은 또 있다. 이 전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휴대 전화로 확인한 보유 주식의 호가를 확인하거나 거래하는 모습이 <더팩트> 취재진에 포착됐을 때 그가 보유한 3개 종목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이 보유한 네이버, LG씨엔에스, 카카오페이 주식은 각각 150주, 420주, 537주로 총액은 1억원을 웃돌았다.

특히 이 전 의원의 포트폴리오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드높인 영향은 보유 종목들이 모두 정부와 여당이 공을 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정책 수혜주로 꼽혔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와 여당의 기술 정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핵심 인물이 관련주에 주식을 투자해 수익을 내려고 했다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하는 형태다.
아울러 이 전 의원이 이날 휴대 전화로 종목 호가를 보거나 주식을 거래할 때 확인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계좌 명의는 자신의 보좌진이었기 때문에 차명 주식 거래 의혹으로 번지면서 정치계까지 파장이 번지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진 탈당과 법사위원장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까지 사안을 엄중히 살펴볼 것을 강조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계 비판 여론이 급증하고 있다.
여론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전 위원장이 '찍은' 3개 종목이 이재명 정부의 대표 공약인 코스피 5000 시대 개막, 'AI 3대 강국' 등 키워드와 맞물려 있어서다.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며 '코스피 5000특위'를 출범한 여당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 시장에서 우수한 사업성을 인정 받아 기업가치를 스스로 높여가던 종목별 강세에도 찬물을 끼얹은 꼴이다.
아울러 법인세 인상과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50억원→10억원) 강화 내용이 담긴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후 지난 1일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세제 개편을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13만명을 넘어서는 등 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향한 원성을 쏟아내는 시점에서 벌어진 일로 투자자들의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네이버와 LG씨엔에스, 카카오페이는 7일 장에서 나란히 강세를 띠고 있다. 네이버는 개장 후 전날보다 0.65% 오른 23만원에 출발해 상승 폭을 확대했고, 전날 급락한 LG씨엔에스는 같은 시간 2%대 강세를 띠면서 하락 분을 일부 메우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장 초반 5%대 급등세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