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주식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되면, 차명계좌 활용 등 편법 거래 확산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과세 대상은 대폭 확대되지만, 편법을 통제할 제도적 감시망은 허술해 탈세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주주 기준 자체를 폐지하고 일관된 과세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단 의견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보유액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공식 발표했다. 발표 직후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3.88% 급락하며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이에 반발한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돼 개시 6일 만에 13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과세 대상 확대에 앞서 편법 거래를 차단할 제도적 감시망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7일 <더팩트>에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강화 시 투자자를 중심으로 과세 회피를 목적으로 한 편법 행위가 늘 수 있다"며 "대주주 조건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지인 명의로 지분을 분산하는 '명의 쪼개기' 등의 비정상적 수단이 증가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차명계좌 신고 건수는 약 8만건에 달하며, 같은 기간 추징 세액은 총 1조828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3655억원 규모의 차명거래 탈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주주 기준 강화가 탈세를 부추길 수 있단 의미다.
라 원장은 "(과세) 기준이 강화되면 과세 대상이 기존 약 6000명에서 2만여 명으로 확대되지만, 편법 거래에 대한 제도적 감시망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제 변화에 앞서 편법을 차단할 수 있는 법·제도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말 매도 폭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라 원장은 "양도소득세 기준을 피하기 위해 연말 매도 규모가 커질 수 있다"며 "이는 국내 증시에 단기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이었던 2021년 연말 개인 순매도 규모는 3조1587억원에 달했다. 2022년에도 1조5370억원을 기록했으나, 기준이 50억원으로 완화됐던 2023년에는 4626억원으로 줄었다.
세수 증대 효과 역시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투자자들은 제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때문에 실제 세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과세 대상은 늘어나지만 고액 투자자들은 이미 시장 구조에 익숙해 추가 세부담을 회피할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세 기준이 매년 바뀌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외국인·장기 투자자의 유입도 가로막을 수 있다"며 "세제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은 자본시장 안정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차라리 대주주 기준을 폐지하고 정교한 과세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세수 확대와 시장 안정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