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예금자보호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조정되는 가운데, 중소형 저축은행의 자금 유출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존 분산예치를 위해 저축은행에 자금을 맡기는 소비자들이 중소형 저축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대형 저축은행으로 예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예금보험료 부담도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운용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인수합병(M&A) 등으로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은행과 저축은행 등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을 보호하는 금융사와 개별 중앙회가 예금을 보호하는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의 예금보호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조정된다. 예끔자 보호 한도가 올라가는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예금자보호한도가 높아지면서 은행 등 1금융권에 있는 예금 자금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머니 무브'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시 장기적으로 저축은행 예금이 16~25%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 저축은행들은 최근 3%대 금리를 제공하며 선제적으로 수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연 3.01%로 집계됐다. 3월 말 연 3%대에서 2%대로 떨어졌다가, 약 석 달 만에 다시 3%대로 오른 것이다.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수신잔액은 지난 5월말 기준 520조6330억원으로 지난 2월부터 3개월간 12조8000억원 가량 늘었다. 저축은행 수신 잔액도 지난 5월 말 기준 98조5315억원으로 전월 대비 1374억원 증가했다.
머니무브와는 별도로 저축은행 내에서 '양극화'에 따른 중소형 저축은행의 자금유출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가 내놓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금융업권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중소형 저축은행은 금리 외 차별화된 유인 요소가 부족하고 ROA나 연체율 등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에서도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보호한도 상향 이후에도 실질적인 자금 유입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외 경쟁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고객의 분산예치 유인이 약화될 경우, 오히려 자금 유출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신을 유치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순이자마진(NIM) 축소와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고위험 위주의 여신 구조는 자산건전성 측면에서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중소형 저축은행이 부동산 담보 중심의 대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 저하는 외부 충격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예금보험료 측면에서도 중소형사의 부담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현행 예금보험료 체계는 기본요율(0.4%)에 더해 리스크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요율이 적용되는 구조로, 자기자본비율이 낮거나 연체율이 높은 등 실적이 부진한 기관일수록 더 높은 요율을 부담하게 된다.
실제로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차등평가 결과 중소형 저축은행은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악화로 대형 저축은행 대비 보험료 할증등급(C+, C)에 다수 분포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소형 저축은행의 자금유출을 막으려면 결국 자산건전성 개선과 자본확충을 통해 예금보험료를 낮추고, 금리 외 자금 유인책을 확보해야 한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저축은행이 대부분 지방에 위치하고 있는만큼, 지역밀착 서비스를 적극 개발하고 디지털 전환을 통해 비대면 수신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같이 고위험 비중을 줄이고 중신용자나 소상공인 대상 상품을 늘리는 것도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당국이 유도하는 저축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한 업권 구조조정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소형 저축은행이 대형사 혹은 중소형사들끼리 M&A를 한다면 자산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질 여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부실한 저축은행끼리 합병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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